63년 제퍼슨 가에 문을 연 최초의 한인식당 ‘고려정’의 업주 리처드 김씨 부부(왼쪽). 당시는 한인타운의 중심이 제퍼슨과 피코 길이었다.
식당 5개서 670여개로
오늘은 미주한국일보가 LA에서 처음 발간되기 시작한 지 35년이 되는 날이다.
그 35년간 한인 커뮤니티가 얼마나 달라지고 얼마나 커졌는지, 요즘 이민 오는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격세지감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전혀 다른 세상’이 되어버렸다.
가장 두드러지게 발전한 것이 타운의 먹거리 음식문화. 일단 식당 수를 보면 본보가 창간된 1969년 당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았던 식당이 지금 670여개(2004 한인업소록)에 달하니 말해 무엇하랴. 식당 외에도 마켓, 빵집, 카페, 술집 등 업소들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한국의 음식문화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면서 덩달아 LA음식의 질적 수준도 크나큰 발전을 보여왔다.
35년전 한인 이민자들은 대다수가 아파트에 살았기 때문에 냄새나는 한국음식을 마음껏 해먹지 못했고, 식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한국서 부쳐오는 짐 속에 으레 고추장, 된장, 고춧가루, 건어물, 김 같은 것이 들어있었다. 다들 어려웠던 시절이라 상자를 식탁 삼아 엎어놓고 솥과 냄비째 식사하는 것은 예사였으며, 임신한 여성은 입덧을 해도 먹고 싶은 음식을 먹어보지 못해 눈물짓던 시절이었다.
몇 개 되지 않던 식당이나 마켓에서 한국사람을 만나면 반갑게 고국 소식을 주고받으며 향수를 달래곤 했던 올드타이머들, 그들의 추억을 더듬어 한인타운 먹거리 문화, 그 원조와 발전상을 추려보았다.
69년 오픈한 올림픽 마켓. 구멍가게 수준에서 조금 더 큰 규모의 식품점으로 발전한 것이다.
식당
1963년 ‘고려정’ 처음 오픈
‘동일장’‘강남회관’ 현재까지
LA에 처음 생긴 한인운영 식당은 1963년 제퍼슨 가에 문을 연 ‘고려정’(Korea House)이다. 고 리처드 김씨가 오픈한 이 식당과 함께 같은 해 ‘아리랑 식당’이 개점했으며, 69년 한국일보가 창간된 해에는 엄진섭·스칼렛 부부가 올림픽 가에 ‘뉴코리아 식당’을 열었다.
71년 ‘풍년식품’을 경영하던 정광진씨가 ‘호반’ 식당을 오픈했다. 올드타이머들에게 친숙한 이 곳은 얼마전까지 타운의 최장수 식당으로 사랑 받았으나 90년대 말 운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그 장소에 바로 소공동순두부를 하던 지영필·경미씨 부부가 ‘조선갈비’를 열었고 후에 조선갈비가 길 건너에 건물을 새로 지어 나가면서 ‘태능갈비’로 바뀌었으나 현재 영업을 하지 않는 상태.
한편 현재의 조선갈비 자리는 ‘장영감’이 하던 ‘한양식당’에서 출발 ‘강서회관’으로 바뀌어 한동안 영업했었다. 이외에 올드타이머들이 기억하는 옛날 식당들은 윌셔그랜드호텔내 ‘대원각’ ‘영빈관’ ‘뉴 페킹’ ‘수정식당’ ‘미네스 식당’ ‘삼오정’ ‘우래옥’(지금 용수산 자리) 등이다.
현재 타운에서 영업중인 식당들 중 가장 오래된 곳은 78년 김인화씨 부부가 오픈한 ‘동일장’과 83년 이상헌씨 부부가 문을 연 ‘강남회관’으로, 처음 주인들이 아직도 운영중인 탓에 가장 변함없고 꾸준하게 잘 되는 식당들로 꼽히고 있다.
마켓
69년 본보 함께 ‘올림픽 마켓’문열어
87년께부터 가주등 대형마켓 등장
69년 본보와 함께 ‘올림픽 마켓’(대표 이희덕)이 올림픽과 하버드에 문을 열었다.
당시는 모두들 구멍가게 같은 식료품상에서 장을 보았는데 그나마 물건이 많지 않았고 가격도 비쌌다.
70~80년대 영업했던 마켓들은 올림픽 마켓을 비롯해, 칼스마켓, 한국마켓(지금의 한국마켓과 다름), 웨스턴마켓, 동서식품, 도레미식품, 정식품, 로열식품, 상록수마켓 등으로 이중 ‘상록수’만 아직도 유일하게 올림픽가에 문을 열고 있다.
지금과 같은 규모의 대형마켓이 등장한 것은 80년대 후반. 87년께 가주마켓과 한국마켓이 처음으로 미국식 수퍼마켓의 규모에 맞먹는 대형마켓을 오픈했으며, 88년에 코리아타운 플라자 마켓이 새로 생겼다. 그리고 그해 올림픽 마켓이 폐업하고 잇달아 89년 칼스마켓, 91년 한국마켓이 문을 닫으면서 작은 마켓 시대는 막을 내렸고, 이어 한남체인, 아씨마켓, 그리고 가장 최근에 코리아타운 갤러리아 마켓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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