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씨, 마켓에서 받아 노인·무숙자에 전달
’베델동산’수양회서 깨달음… 남 돕는일 시작
파운틴밸리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박재열(68)씨의 자동차 닛산 퀘스트 밴에는 중간 의자가 없다. 그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전해 줄 빵을 실어 나르기 위한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16일 오전 11시30분 가든그로브 OC 한미노인회 사무실을 찾아 푸짐한 양의 빵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매주 금요일이면 식빵 등 다양한 종류의 빵을 들고 노인회 사무실을 찾고 있는데 10년이 넘도록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번도 빠진 적이 없다니 그 정성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경제적으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들을 모두 도울 수 없으니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손수건으로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연상 닦아내는 그는 무척 겸손했다.
그는 “어느 날 삶의 회의를 느끼던 끝에 어바인 베델한인교회가 마련한 ‘베델 동산’ 수양회에 참석하고 나서 깨달은 바가 있어 남을 돕는 일에 관심을 갖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가 불우한 처지에 놓여 있는 이웃들에게 빵을 배달하게 된 동기다.
박씨는 자신의 세탁소가 입주해 있는 오렌지시 소재 한 샤핑몰에서 장사했던 빵집에서 빵을 얻어 배달을 시작했다. 지금은 터스틴에 있는 알벗슨 마켓에서 무료로 빵을 얻는다고 했다.
“마켓의 고위 직원과 인연이 닿아 빵을 얻을 수 있게 됐지요. 매일 순서를 지켜가면서 이곳에서 빵을 얻어 자선사업에 나서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그는 “처음에 마켓에 물품을 배달하러 온 트럭 운전사들로부터 ‘왜 업무를 방해하느냐. 차를 치우라’는 눈총을 많이 받았다”고 회고했다. 지금은 이들과 친숙해져 별로 불평을 듣지 않는다고 밝힌 그는 “하지만 매주 금요일 오전 7시 이전에 마켓에 도착하지 않으면 빵을 얻지 못한다”며 그의 부지런함을 살짝 내비쳤다.
그는 빵의 일부는 어바인 베델 한인교회가 매주 일요일 오전 7∼11시 샌타애나 시빅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는 무숙자 아침 대접용으로 남겨 놓고 나머지는 노인회에 전달하고 있다. 가끔 양이 많을 때는 두 번씩 나르기도 한다.
빵을 나를 때 주의점. “부드러운 종류의 빵이 딱딱한 빵에 눌려 찌그러지지 않도록 아기 다루듯 빵을 다루고 있습니다.”
박씨는 98년 세탁소를 팔고 지금은 은퇴한 상태다. “건강이 주어지는 한 남을 돕는 일을 계속해야죠.” 그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넘쳤다. OC의 한인 여성들로 구성,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한마음 봉사회 회장을 지냈던 박미정씨가 부인이다.
<황동휘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