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용씨 통역 투녹 호·박정표씨 부부… “눈빛만 봐도 마음 통해”
“몸살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고 숙소에 누워 있는데 그이가 꽃과 약을 사들고 찾아온 거예요. 너무 감동했죠. 약도 약이지만 베트남에는 꽃이 귀한 데다 제가 꽃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이다’ 싶었죠(웃음)”
지난 8일 베트남 커뮤니티의 영웅 전제용씨 환영행사에서 베트남·한국어 통역을 자원했던 투녹 호(38·리커스토어 매니저)의 남편은 한국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외모만 좀 다를 뿐 영락없는 한국 사람이다. 식성도 그렇고 사고방식을 봐도 그렇다.
그는 한국에 있는 동안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하셨던 시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극진히 돌봐드렸단다. 남편 박정표(44·요리사)씨는 “요즘 여자들은 시부모를 모시는 것조차도 기피하는데 매일 어머니의 목욕을 책임지면서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던 아내에게 너무 고마웠다”면서 “지금도 아내가 ‘하늘이 내려준 천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부인 자랑을 늘어놨다.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 96년 10월 수원시 남문 앞. 우수 교원 교환 프로그램으로 수원을 방문중이었던 호는 하필이면 박씨에게 “화장실이 어디 있냐”고 물어봤다. 박씨는 호를 본 순간 떨리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지만 그렇게 그녀를 보냈다. 그러나 하늘은 무심하지 않았다.
얼마 후 똑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난 그들. 박씨는 “이번에는 놓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용기를 내 호에게 말을 걸었고 그렇게 만남은 시작됐다. 예술 공연도 보러 가고 놀이공원에도 같이 갔다. 그렇게 사랑을 키워갔고 두 달 뒤인 96년 12월 이들은 전격적으로 ‘영원한 사랑의 맹세(결혼)’를 했다.
“베트남 남자들은 장난기가 좀 많아요. 근데 전 말수가 적고 진지한 사람이 좋거든요. 남편이 그런 스타일인데다 자상하기까지 하니깐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었죠. 그래서 남편만 믿고 한국에 눌러앉아 버린 거죠”
언어 때문에 문제가 없었냐는 질문에 박씨는 “서로의 눈빛만 바라봐도 다 알 수 있는데 그까짓 말이 무슨 대수냐”며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는 그렇게 보일 수 있겠지만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 문화나 예절, 사고 방식 등이 비슷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들 부부는 요즘 애들이 커 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로 산단다. 둘째 승우(3)는 한국어와 영어는 물론 베트남어까지 유창하게 한다. “나중에 우리 아이가 자라서 한국과 베트남을 이어주는 중요한 인물이 됐으면 정말 좋겠다”며 이들 가족은 작별 인사를 건네고는 다정하게 집으로 향했다.
<이오현 기자> loh@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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