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남씨의 세 아들 3년만에 검은 띠
“가족간 대화 늘고 몸무게는 줄었어요”
25일 오후 7시 검은 띠 승단시험이 한창 치러지고 있던 라팔마 충효태권도장(Black Belt Center·4962 La Palma Ave.). 9명의 수험생들이 외쳐대는 기합소리로 도장은 쩌렁쩌렁 울렸다. 그 틈새로 들려오는 굵고 낮은 톤의 목소리.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검은 띠 대열에 올라서기 위해 3년 동안 비지땀을 흘려 왔다는 고승남(52·치과 기공사)씨. 장남 성현(18·칼스테이트 롱비치)·차남 성혁(13)·막내 성빈(10)과 함께 이날 시험에 응시한 그는 결연한 눈빛으로 ‘검은 띠 사냥’ 선봉에 나섰다.
“아내의 승단시험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온 가족이 검은 띠를 허리에 두르게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라며 자랑스러워하는 그에게 3년 동안 결석 한번 없이 태권도 수련 삼매경에 빠진 이유를 물어봤다.
“이유를 대라면 밤을 새야 될 걸요. 건강은 말할 것도 없고 산만하던 배가 ‘쏘옥’ 들어갔어요. 가족 구성원들간의 대화시간도 늘어났고 무엇보다 온 집안에 웃음꽃이 다시 활짝 폈어요. 태권도, 참 좋은 운동입니다.”
이들이 태권도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재미있다. 지난 2001년 사춘기를 막 접어든 성현이가 아버지 고씨에게 말대꾸를 하기 시작했단다. 충격이었다. “이놈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빠져 무작정 세 아들을 데리고 집 주위를 배회하던 그에게 태권도장이 눈에 띄었다.
“아이들과 공통분모가 필요했어요. 싫다는 애들을 협박해 함께 등록을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일생을 통틀어 몇 안 되는 잘한 일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그렇게 우리 4부자는 정민혁(29) 관장의 수하에 들어가 고된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허허.”
고질적인 지각 습성도 없어졌단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무시무시한 정 관장의 ‘왕따’ 형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란다. 몸도 25파운드 가벼워졌고 36인치였던 허리도 33인치 개미허리(?)가 돼 너무 기쁘단다. 이뿐 아니다.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차남 성혁이는 고씨 부부에게 곧잘 애교를 부릴 만큼 밝아졌다. 하기 싫다며 떼를 쓰던 막내 성빈이의 태도는 “태권도 사범이 되는 게 꿈”이라며 180도 바뀌었다. 또 고씨가 도장에 가기 싫어 꾀병을 부리는 날이면 “아빠가 안 가면 나도 안 가”라며 먼저 손을 잡아끈단다. 만성관절염으로 고생하던 아내는 쪼그려 뛰기를 할 정도로 호전됐단다.
“태권도 참 비싼 운동입니다. 덕분에 양복을 모두 새로 맞춰 입어야 했거든요”라며 던지는 그의 말속에는 태권도를 아끼는 마음이 그대로 묻어 났다.
“다시 태어난 기분입니다. 25년 이민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즐거웠던 적은 없었어요. 아이들과 함께 대련을 하며 몸을 부대낄 때는 ‘행복이란 게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이마 사이로 타고 흐르는 땀이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어요. 여러분도 태권도를 해보세요.”
<이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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