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과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라켓을 들어 보이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스타 탁구동호회 회원들. 녹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차덕수 회장.
OC 한인동호회를 찾아
스타 탁구동호회 회원 20여명
‘2000 당구장’내 탁구장에서 매주 2번 모여
미주체전 출전할 인재 발굴 중
“죽이네 죽여” “아이쿠, 아까워라. 이거 큰일났네 그려” “여긴 탁구장이란 말이여. 홈런은 야구장에 가서 쳐야지 여기서 쳐대면 어떡해!”
17일 오후 7시 가든그로브의 한 탁구장. 거친 숨을 몰아쉬는 50∼70대 한인들이 한창 복식경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설전까지 보태졌다. 네트를 살짝 넘어 테이블 구석에 빨려 들어가듯 꽂히는 강렬한 스매싱에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오는가 하면 공을 뒤로한 채 허공을 가르는 빈 스윙에 아쉬움도 교차했다.
이날 모인 이들은 ‘스타 탁구동호회’ 회원들. 지난 98년 5명의 회원으로 발족한 이 동호회는 7년 내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6시 가든그로브 한남마켓 샤핑몰 ‘2000 당구장’ 내 탁구장에 모인다. 손자·손녀들의 재롱에 기뻐할 노령(?)이지만 탁구장에 있을 때만큼은 젊다.
“탁구, 이거 공인된 마약이야. 한 번 맛들이면 절대 헤어날 수가 없거든. 골프를 그만두고 여기서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도 있어. 낮게 깔려오는 공을 잽싸게 받아넘기는 묘미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
동호회에서 최고령자이면서 수장 역할을 하고 있는 차덕수(77)씨의 말이다. 동호회가 생겨날 때부터 꾸준히 나온다는 그는 탁구를 통해 회원들의 단합은 물론 사기 진작, 그리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며 “탁구! 넘버원”을 연신 외쳐댔다.
동호회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박무열(67) 창단회원에 따르면 같은 직장 동료였던 초창기 회원들이 고민에 빠졌던 적이 있다. 건강을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겠는데 나이가 들면서 기존에 하던 격렬한 종목들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러다 떠오른 것이 탁구였고, 그렇게 동호회는 탄생했다.
“탁구는 시간·공간 제약을 많이 받지 않는 데다 날씨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잖아요. 특히 격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될 것 같아 하게 됐어요. 근데 아이러니 하게도 지금까지 해본 운동 중에서 세 번째로 운동량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두세 시간 탁구를 즐긴 뒤에는 회원들의 끈끈한 정을 재확인하는 회식자리도 간간이 마련된다. 온 몸을 흠뻑 적신 땀을 닦아내며 정겹게 기울이는 술잔에 회원들은 수다도 떨고 고민을 나누곤 한다.
그러나 행복해 보이는 이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7월21∼23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미주체전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출전할 선수가 부족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남녀 일반 및 장년부 등 4개 부문 출전선수를 빨리 찾아내 훈련을 시켜야 하는데 야속하게도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
박찬희(57·부동산 브로커) 회원은 “숨은 인재들을 끊임없이 발굴해 내야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가 않아 안타깝다”며 “본인은 물론 OC 한인사회의 위상을 한껏 높이기 위해서라도 한인 탁구동호인들의 많은 참여가 절실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연락처 (714)222-2933 박찬희
<이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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