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이탈허가신청·국적상실신고 대신
외국국적 취득신고로 고쳤으면…
기존용어 심리적 거부감 줘 제때 처리 주저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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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온지 30년이 넘었지만 한국인이지 내가 무슨 미국사람입니까. 어쩌다가 미국에 와서 살다보니 불편한 게 많아 영주권도 따고 시민권도 받았지만 국적을 버린다고 신고하라니 무슨 소립니까. 그 말(용어)도 그렇지 좋은 말 놔두고 국적상실이라니, 꼭 무슨 매국노가 되라는 소리 같습니다.
올해 초 본보를 통해 한국국적자로서 미국시민권을 취득하고도 6개월 이내에 국적상실신고를 하지 않아 한국 내 부동산 처분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이 많다는 기사가 나간 뒤 새크라멘토에 거주하는 70대 김모씨는 본보에 전화를 걸어 이렇게 토로했다. (경기도) 안양에 조그만 부동산이 있는데 팔 때 그 신고(국적상실신고) 안했다고 벌금(과태료)을 많이 물린다기에 전화했다는 그는 실은 벌금이 아깝거나 무서워서가 아니라 이것저것 생각다 못해서 (미국)시민권을 받기는 했지만 항상 한국인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한국국적을 내놓아야 한다니까 영 기분이 안좋다고 되풀이했다.
김씨처럼 국적상실이나 국적이탈을 마치 조국을 등지는 것으로 받아들인 나머지 제때 신고를 안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 이번 국적법 개정안에 따른 소동에서도 거듭 확인되고 있다.
이같은 심리적 거부감은 국적업무에 사용되는 ‘국적상실’과 ‘국적이탈’이라는 용어 때문에 더욱 심화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국적법이 한인사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불만처럼 일종의 애국자감별법이 아니라 이중국적 방치로 인한 부작용 해소라는 근본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그 용어를 보다 거부감이 덜한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A씨는 이전부터 시민권을 따면 한국국적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국을) 영영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미적거리다 시기를 놓쳤다며 그것도 그것이지만 국적상실이니 국적이탈이니 하니까 막말로 퇴학당하는 것 비슷한 느낌까지 든다고 말했다.
재작년에 국적상실신고를 마쳤다는 이스트베이 거주 사업가 B씨도 망설인 끝에 하기는 했지만 막상 그 서류를 쓸 때 국적상실이란 말을 보니까 기분이 정말 x떡같더라고 말했다. 고교생 아들 때문에 요즘 수시로 신문을 뒤지거나 인터넷에 들어가 국적법 관련 정보를 체크하고 있다는 실리콘밸리 C씨 역시 국적이탈이란 말이 도망이나 탈영 비슷한 느낌을 준다며 어차피 법적인 결과는 똑같을텐데 기왕이면 ‘외국국적 취득신고’와 같이 고치면 안되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한국정부는 각종 법령이나 행정문서 등이 한자투성이거나 위압감 등을 줄 수 있는 경우 부드럽게 고쳐오고 있으며, 법원이나 검찰 용어 등도 같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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