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얼데이를 맞는 이라크 전장의 미군들에게 보내지는 250여통의 위문 편지가 한 한인학생의 노력으로 모아졌다. 강재성(왼쪽)군과 친구들이 집에 모여 전장으로 보낼 편지를 정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 슬, 강지현, 오드리 유, 로렌스 유.
대서양 건너… 태평양 건너… 훈훈한 감동의 편지 2제
종이에 손으로 눌러쓴 편지엔 활자의 가벼움과는 다른 보내는 이의 정성이 담긴다. 특히 어린 학생들의 순수함이 담긴 편지는 받는 이에게 코끝이 찡한 여운을 남긴다. 이라크 전장을 지키는 군인들에겐 한인학생이 준비한 위로의 편지가 전달되고 ‘작은 기부’를 한 LA한인 사업가의 마음엔 전북 벽지의 초등학생들이 보낸 마음이 훈훈한 감동으로 전달됐다.
하시엔다 한인 고교생 주도로 수백통
이라크의 군인 아저씨께…
메모리얼 데이 맞추어
감사와 격려 담아 부쳐
인근 학교 ‘동참 호소’도
목숨을 걸고 전장을 지키는 ‘군인 아저씨’를 염려한 한인 학생의 마음이 수백통의 위문 편지를 모으게 만들었다. 이 편지들은 이번 주말 메모리얼데이에 맞춰 이라크에 도착해 긴장 속에 잔뜩 움츠러든 군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게 된다.
250여통의 편지를 모은 주인공은 하시엔다의 글렌 A. 윌슨 고교 11학년에 재학중인 마이클 강(한국명 재성·17·사진)군.
신문을 열심히 읽던 강군은 전쟁으로 죽고 다치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접하게 되면서,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까”하여 군인들에게 편지를 써 보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몇 통으로 시작했지만 더 많은 편지를 보내고자 동네 초·중·고를 방문해 뜻 있는 학생들의 동참을 호소했고, 2개월만에 감사와 격려가 담긴 200장이 넘는 편지를 모으게 됐다.
이왕이면 예쁜 편지지에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라푸엔테 샤핑몰의 한인 문구점 모닝글로리에 들려 뜻을 설명하자, 사장은 500통 이상의 편지지 세트를 선뜻 내놓았다.
동생 제니(한국명 지현·메사 로블스 중학교 7학년)양도 동참해 학교 친구들에게 편지쓰기를 권했다.
많은 양의 편지를 보낼 방법이 묘연했던 강군은 같은 교회에 출석하던 형이 배치된 부대로 전량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강군은 “매일 신문을 보면서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군인들이 편지에서 학생들이 보내는 감사의 마음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국 동화책 선물받은 한국 벽지 초등생들
LA의 고마운 아저씨께…
LA 김태진 사장
농어촌 지역에 도서기증
학생들 정성 담아 ‘답장’
고액 과외도 고급 영어학원도 없어 ‘서울 아이’처럼 유창한 영어를 배우기 힘든 벽지 학교에 미국 초등학생들이 읽는 그림 동화책이 전달됐다. 처음으로 순수 미국산(?) 영어책을 받아든 고사리 손들은 “아직 영어는 잘 모르지만 공부 열심히 해 책을 읽겠다”는 꿈에 부풀었다.
아이들의 순수한 감사는 크레파스로 예쁘게 꾸민 편지지에 담겨 태평양을 건너와 소박한 환원가에게 전달됐다. LA본사를 둔 도서 유통업체 티메카(TMECCA) 김태진 대표(사진)가 전라북도 교육청에 그림동화책 5,000권을 기증한 것은 지난 1월. 이 책들은 농어촌지역 학생 50명이하의 100개 벽지학교로 보내졌다. 전남 영암에서 태어난 김 대표는 사회에 뭔가를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해오다가 아이들에게 책을 기증하기로 했던 것.
처음으로 영어 원서를 받아든 아이들은 얼굴한번 본 적 없는 LA 한인 사업가를 향해 정성스런 편지를 썼고, 50여통의 편지가 김대표의 책상 앞으로 도착했다.
아이들이 주는 메시지는 다양하지만 순수하다. 전북 부안군 행안초등학교 5학년 1반의 서은미 양은 “비록 내 일이 아니지만, 남에게 착한 일을 베푼다는 것은 좋은 일이니까요. 왠지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베풀면 저도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때묻지 않은 마음을 털어놨다. 뜻밖의 감사편지에 감동한 김대표는 “작은 환원이었지만 이 일로 아이들의 마음씨가 너무 순수하다는 것을 알게됐다”면서 “앞으로도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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