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거명령을 받은 주민들이 황급히 물건을 나르고 있다.
‘쩍… 쿵…’하며 흙더미 밀려와
“두 아이 어깨에 메고, 팔로 안고 정신없이 달렸다”
허둥지둥 나오느라
신발도 못신고 탈출
“자연재해 아니다”
‘시 정부 인재’원망도
“한 아이는 어깨에 들러메고, 또다른 아이는 팔로 안고 정신없이 내달렸습니다.”
250만달러짜리 저택이 눈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본 질 라카르트(35·여)는 집보다는 가족의 안전함에 가슴을 쓸어 내렸다.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지 못한 라카르트는 또 “이건 자연재해가 절대 아니다”라며 안전대책에 소홀했던 시정부를 향해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다행히 피해를 모면한 도나 마리(53·여)도 “언덕 주변에 주택 신축이 많다”면서 “시 정부가 지반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절벽 위까지 건축허가를 내줘서 발생한 일이 아니겠냐”며 ‘인재’임을 제기했다.
상상도 못한 이번 산사태는 19년째 라구나비치에 살고 있는 다나 킬고어 할머니의 혼도 빼놓았다.
킬고어는 “‘쩍, 쿵’하는 소리가 나 부엌문을 열려고 하는데 도저히 열 수가 없었다”면서 간신히 뒷문을 열고 빠져 나오다가 하마터면 무너지는 흙더미에 묻힐 뻔했다고 전했다. 허둥지둥 빠져 나오다 신발까지 잃어 버린 그녀는 한동안 맨발로 걸어 다니기도 했다.
위험순간을 막 넘긴 와중에도 킬고어 할머니는 “내 불쌍한 두 마리 고양이는 어쩌지”라며 하염없이 무너진 언덕 위 집만 바라봤다.
최소 200만 달러를 호가하는 언덕 위 부촌에 갑작스런 재해가 닥치자 피해 주민들은 안타까움에 자리를 뜨지 못했다. 조금씩 침식과 붕괴가 진행되고 있어 언제 스위트 홈으로 돌아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배형직 기자>
산사태 현장에서 소방국과 경찰, 공공시설 관계자들이 사고수습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승관 기자>
사고원인 ‘설왕설래’
‘지반 약한 언덕에
무분별 건축허가’
주민측서 제기
이번 산사태의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겨울에 내린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화돼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평소 이 지역은 우기시즌 평균 강우량이 13.18인치였지만 올해는 두배가 넘는 27.86인치를 기록하고 있어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1997-98년에도 이 지역은 35.16인치의 비가 내려 진흙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무분별한 주택건설이 지반에 영향을 줬다며 인재를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재해가능성이 높은 언덕은 물론 절벽에 집을 짓는 것을 허가한 것이 결국 이같은 결과를 불러 왔다며 4년전 피해지역에 건물면적만 6,000스퀘어피트가 넘는 대형 주택을 새로 지었지만 지반 침식으로 금이 가 결국 아무도 살지 못했던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라구나비치 시당국은 비로 인한 지반약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거론하면서도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대신 시당국은 지질학자들을 동원,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한편 헬기를 이용한 항공관찰을 통해 추가 산사태 가능성을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졸지에 집을 잃은 한 주민이 무너진 집을 배경으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승관 기자>
사고지역은 만성 산사태 지역
OC 대표적 부촌
대형 산사태가 발생한 라구나비치 지역은 확 트인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일반인은 물론 예술가들이 많이 거주하는 오렌지카운티의 대표적인 부촌중 한 곳. 하지만 이 지역은 그동안 수많은 재해에 시달려 왔다.
1978년 10월2일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블루버드 캐년 다른 선상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가옥 25채가 파괴돼 수백만달러의 재산피해를 냈고 1983년 10월27일에는 방화로 인한 초대형 화재로 라구나 비치 및 인근 지역에서 무려 441채의 주택이 전소 또는 부분 피해를 입었다. 이 당시 피해규모는 5억3,000만달러에 달했다. 또 1995년에는 더닝 드라이브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2개 주택이 붕괴됐고 3년뒤에는 엘니뇨 현상에 따른 최악의 집중호우로 라구나 캐년 드라이브에서 엄청난 진흙이 가옥 10여채를 덮쳐 두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밖에 올 2월에는 모닝사이드 드라이브의 지반이 밑으로 흘러 내리기 시작하면서 100만달러가 넘는 4채의 주택에 퇴거명령이 내려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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