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으로 시작해 진창으로 끝났다
07체전 성공개최를 위한 제13회 필라체전 결산
드디어 끝났다. 이번에 잘된 것은 딱 하나, 이 x같은 짓이 이제야 끝났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오후 4시30분쯤, 필라델피아 외곽 어퍼더블린고교에 설치된 조직위 본부에서 조지아선수단 유니폼을 입은 한 임원은 땀을 식히며 이렇게 푸념했다. 아마도, 이번 대회에 참가한 모든 이의 심정이 그랬을 것이다.
준비도 엉망 진행도 엉망, 게다가 마무리는 더욱 진창이었다. 우선 원정선수단 숙소배정부터 엉켰다. SF선수단 임원들의 경우 당초 에이스센터에서 묵기로 돼 있었으나 21일 현지 도착후 메리엇호텔로 바뀌었다는 통보를 받았고 그나마 준비가 안돼 밤12시가 넘도록 체크인을 하지 못했다. 태권도선수단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 이들은 경기를 불과 서너시간 앞둔 새벽 4,5시경에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이같은 난맥상은 거의 모든 종목에 걸쳐 일어나 배드민턴 여자복식에 출전한 여고생 레이철 홍 선수는 파김치가 돼 새벽까지 기다리다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팀별로 숙소를 잡지 않고 종목별로 뒤섞어놓은 것도 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차량운행도 가관이었다. SF축구팀은 22일 오전 8시에 경기를 하기로 돼 있었으나 조직위 셔틀버스가 나타나지 않아 몰수패를 당할 뻔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항의가 빗발치자 도망까지 쳤다. 2-3개 금메달을 바라봤던 SF육상 단거리 선수들은 엉터리 스케줄 때문에 시간을 놓치는 바람에 결국 트랙에 서보지도 못한 채 짐을 꾸려야 했다. 체전 사상 첫승을 올린 농구 선수단은 버스도 오지 않아 하루종일 찜통더위 속에 대기하다 2차전에서 3명이 쥐가 나는 등 후유증에 시달려 4강꿈을 좌절당했다. 이 때문에 전동국 준비위원장 강승구 본부장 권혁삼 사격협회장 민선기 사무총장 등은 물론 SF팀 응원차 먼 길을 찾아온 남가주 다우니 거주 권욱종 씨마저 ‘운짱’으로 동원돼 자비로 마련한 SF선수단 수송차량을 몰고 미로를 헤매야 했다.
경기속보와 성적집계는 엉망진창의 극치였다. 사전에 준비된 양식에 따라 컴퓨터로 집계하는 것이 아니라 종목별로 감독관 마음대로 손으로 작성한데다 그나마 단체전 개인전 표시(메달의 점수가 크게 다름)도 잘 안돼 있는 등 허술하기 짝이 없다보니 조직위본부의 최종집계에서도 숱한 오류가 발생했다. SF선수단의 경우 폐막식 뒤 확인작업 과정에서 5개종목에 걸쳐 무려 44점이 증발된 것이 단적인 예다. 이를 되찾지 못했다면 SF선수단은 10위권에 간신히 턱걸이한 채 돌아올 뻔했다.
이같은 부실운영은 폐막식의 황폐화로 나타났다. 각팀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필라델피아를 떠나 폐막식은 고작 100여명의 임원·선수들이 자리를 지킨 가운데 초라하게 진행돼 20분만에(개막식은 무려 3시간20분) 끝났다. 때문에 성균관대 예술단의 공연은 취소됐다. 종합집계가 덜 된 상태에서 시상식을 강행하는 기현상도 빚어졌다. (이에 앞서 조직위는 광복 60주년 맞이 체전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북한교예단이 참가한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으나 미국측 비자발급 거부로 불참)
재미대한체육회가 샌프란시스코를 차기대회 개최지로 사실상 결정해놓고도 폐막식에서 이를 발표하지 않은 것은 필라체전에서와 같은 졸속준비 파행진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전에 몇가지 중요한 사항에 대해 점검하려는 취지(김남권 재미체육회장)라고 한다. 한편 SF체육회는 07체전 성공적 개최를 위해 이번에 나타난 문제점을 종합분석해 대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태수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