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물건들을 모아서 돈을 만들고
그 돈으로 새 사랑을 빚어냅니다
9월10일 재단 앞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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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티노에 사는 박명순 여사는 이레쯤 지나면 아프리카 앙골라로 떠난다. 내전과 기아로 몸살을 앓아온 그곳이 관광지가 아니듯 그의 앙골라행은 유람이 아니다. 예전에 케냐에서 캄보디아에서 멕시코에서 서사모아에서 그랬듯이, 오는 1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로 예정된 이번 해외나들이 역시 선교봉사를 위한 것이다. 동료 선후배 교인들, 주류사회 교인들과 함께 하는 대장정을 앞두고 눈 붙일 시간이 아까울 정도인 그는 지금, ‘아름다운 덤터기’ 때문에 곱빼기로 바쁘다.
9월이 오면, 북가주아름다운재단 마당에서 펼쳐질 제1회 아름다운 가게. 9월 둘째 토요일(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열리는 이 가게는 안쓰는 물건 헌 물건을 모아 돈을 만들고 그렇게 만든 돈으로 이웃돕기 큰사랑을 빚어내는 알뜰장터.
1968년 이민가방을 푼 때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만 살아온 김영주 여사는 예순을 넘긴 나이에, 본인 말대로 화백(화려한 백조. 생활고에 쪼들리지 않는 여성실업자를 뜻하는 은어) 노릇만 해도 심심하지 않은 터에, 하필 ‘넝마주이’가 되리라곤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행여 먹다만 물병이 없나 혹시 주인없는 콜라캔이 없나, 자신이 다니는 교회 부설 한글학교 기금마련에 보태려고 안그래도 부지런했던 그의 눈은 요즘 더 밝게 불을 켰다.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가리지 않고 행여나 혹시나 쓸 수 있지만 쓰지 않는 물건이 있는지 탐문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새 일상이 됐다. 재단 창립 이전부터 자원봉사자로 참여해온 그는 상설 가게를 마련하기 전까지 임시로 여는 1호 가게의 대표일꾼이기도 하다.
잘살아보세 새마을노래 따위가 한국 방방곡곡을 한창 요란하게 뒤덮던 1974년, 5천년 묵은 가난과의 전쟁에 눈코뜰새 없던 그 시절, 남편을 따라 두 살배기를 엎고 갓난아기를 안고 이민을 와 베이사람이 된 이인모 여사(산마테오 거주) 또한 아름다운 가게를 그 이름보다 더 아름답게 꾸리고 북가주 한인사회에 아름다운 메아리가 끊이지 않도록 힘을 보태기 위해 밤낮을 잊었다. 이민 초기 보험설계사로 일하다 꽃집을 하면 식당을 하면 목돈을 벌 수 있다는 솔깃해 덤볐다가 세상만사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교훈만 얻은 뒤, 마흔 넘어 간호사직에 도전해 주름살 없는 웃음을 되찾은 그는 요즘 첫 출항 꿈에 부푼 아름다운 가게의 페닌슐라지역 담당자로 어디 쓸만한 물건 없나 귀 쫑긋 눈 부릅 하루해가 짧게 느껴진다.
이들은 최용오 재단 상임이사와 함께 2일 낮 오클랜드에서 만나 칼국수와 냉면으로 요기를 달래며 아름다운 가게를 통해 북가주 한인사회에 아름다운 나눔 바이러스를 더욱 활기차게 퍼뜨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 모금목표액은 일단 3,000달러로 재단의 1호 기획기금인 미주한인사회연구기금에 보태질 예정이다. 돈이야 많든 적든 그것이 제 무게의 수십배 수백배 수천배 더 나가는 아름다운 바람을 일으킬 것을 이들은 소망한다.
<정태수 기자>
◇제1회 아름다운 가게 참가문의
SF지역 김영주 (415)305-9270
EB지역 성주형 (510)652-4849
페닌슐라 이인모 (650)572-8325
SJ지역 박명순 (408)835-5006
재단 (408)554-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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