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프리카를 방문했던 조나단 심씨(오른쪽)가 현지 어린이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월드비전 구호팀 조나단 심씨 뇌졸중으로 쓰러져
제3세계 재난현장 누벼
장기기증 죽어서도 사랑실천
잠비아선 추모학교 건립
굶주리는 제3세계 빈민 구호현장을 종횡으로 누볐던 한인 청년이 갑자기 찾아 온 죽음의 순간에도 자신의 몸을 바쳐 7명의 꺼져 가는 생명을 살렸다. 지난해 말 남아시아를 덮친 대재앙 ‘쓰나미’를 계기로 그 활동이 새롭게 부각된 국제구호기구 ‘월드비전’에서 활동해 온 조나단 심(한국명 정환·월드비전 자원연계 디렉터)씨가 33세란 한창 나이로 원인 모를 설사병으로 요절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월드비전은 그가 지녔던 아이들에 대한 헌신의 마음을 기리기 위해 잠비아에 그의 이름을 딴 추모학교를 건립할 계획이다.
심씨가 쓰러진 것은 지난 7월 23일 시애틀. 월드비전 국제본부 태스크포스에서 바삐 일하던 중이었다.
1년에도 수차례 구호현장을 찾아 열악한 상황에서도 강행군을 해왔던 심씨는 결국 누적된 과로와 설사에 따른 심한 탈수증세까지 겹쳐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뇌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다. 26일 뇌사판정에 이어 27일 서약대로 장기 기증을 실천함으로써 7명의 생명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었다. 동시에 아름다웠지만 짧은 그의 삶도 마무리됐다.
돈보다는 사랑을 실천하겠다며 1996년 월드비전에 입사한 그는 세계 20여개국의 기근과 재난 현장을 체험하는 등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보여줬다. 특히 한국일보와 함께 한 아프리카 및 동남아 쓰나미 현장에서도 구호기관의 헌신적 활동을 소개하는데 열과 성을 다했다.
심씨는 그토록 아이들을 좋아했지만 결국 부인 켈리씨와 아들 네이선(3), 딸 나탈리(2)에게 아빠라는 큰 빈자리를 남기고 떠나게 됐다.
강직한 책임감과 성실성으로 일했던 심씨가 일했던 자리의 화이트보드엔 아직도 그가 쓴 ‘위대함은 희생과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자비를 사랑하고, 정당하게 행동하고, 겸손하게 걸어라’라는 문구가 영문으로 적혀 있다. 물론 그는 ‘겸손하게 걸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떠나지만 그의 이름은 아프리카 오지의 한 마을에 영원히 살아 숨쉬게 될 것이다. 월드비전은 심씨가 평소 결연을 통해 도와 온 6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는 잠비아 투와치얀다 마을에 ‘조나단 심 추모 학교’(Johnathan Sim Memorial School)를 세우기로 결정하고 기금모금에 들어갔다. 또 유가족 지원을 위해 장학기금 모금도 시작했다.
함께 근무했던 박준서 월드비전 코리아데스크 본부장은 “조나단이 너무 허무하게 갔지만 그의 삶이 그냥 잊혀져서는 안 된다”면서 “그의 삶이 한인 1.5세, 2세들에게 귀감이 되고, 각박하고, 이기적인 사회에는 스스로를 되짚어 보는 반성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문의 (866)625-1950
▲추모장학기금 www.justgiving.com/pfp/rememberingjohnathan
▲자녀장학기금 www.justgiving.com/pfp/nathanandnatalie
<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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