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낳은 첫 아이의 솜털같은 머리를 감기려던 제시카 이클리소이는 샴푸병에 쓰여 있는 뭐가 뭔지 모르겠는 그 많은 화학명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런 화학물질을 쓰지 않고 샴푸를 만들어 보려고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고, 인근 실험실에 전화해 질문하고, 자기 집 부엌에서 여러가지 성분을 조합해 본지 15년이 지난 지금, 이클리소이는 소위 아동용 천연 피부관리용품 업계를 주도하는 브랜드인 ‘캘리포니아 베이비’사의 사장이다.
‘천연 원료 함유’ 내건
로션·크림·샴푸 등 봇물
성분 안전성 검증 부족
오히려 알러지 부작용도
그래도 판매량은 ‘쑥쑥’
건강식품 코압이나 드럭스토어 닷 캄등 다양한 곳에 납품되고 있는 이 회사 제품은 상당히 비싸다. 4온스들이 베이비 모이스처라이저 한병의 소매가가 14달러다. 그렇지만 지난 2년간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을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바비 브라운이 새로 내놓은 ‘베이비 밤’은 8.5온스에 25달러다.
아동미용업에 뛰어든 사업가는 이클리소이만이 아니다. 모두 ‘천연’ ‘순수’ ‘오개닉’ ‘케미컬 프리’ 같은 레이블을 단 제품을 내세우고 있다. 그중 일부만 소개해도 ‘에스테 로더’가 지난 달 오개닉 클린저와 로션 라인 ‘그래스루츠 베이비’를 출시했고, ‘킬’도 작년에 아동용 제품들을 업데이트했다. 바비 브라운 화장품회사도 ‘바비 브라운 베이비’를 새로 내놓았다. 오개닉 베이비 푸드 시장을 주름잡는 ‘어시즈 베스트’도 지난 5월 샴푸, 로션, 엉덩이 크림과 선블락을 내놓았다. 수퍼마켓의 터줏대감 ‘존슨스 베이비’와 ‘허기스’도 라벤더와 카모마일 같은 식물성분을 쓴 비누와 로션을 만들고 있다.
‘존슨 & 존슨’ 베이비 오일(왼쪽)은 9온스에 2달러99센트지만 ‘그래스루츠’의 모이스처라이저와 마사지 오일은 5온스에 8달러50센트다.
이 새로 나온 아기 피부미용제품들은 ‘베이비 매직’이나 ‘존슨스 베이비 로션’ 같은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이 서너배 더 비싼 것이 보통인데 가격만큼 아기의 피부에 더 좋은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시카고의 노스웨스턴대 의대 피부과장인 에이미 팰러 박사는 “그 제품들이 아기에게 더 안전하고 건강한지 알 수 없다. 그 제품들에 사용된 약초의 안전성및 효능에 대한 임상 연구 자체가 많지 않은데 하물며 아기를 대상으로 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부모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월마트’나 백화점 매출은 제외하고도 아동용 퍼스널 케어는 연간 3억달러짜리 시장으로 1999년 이래 매출이 65%나 증가했다. 업계 사람들은 가격이 비싼 제품일수록 매출 증가가 가장 빠르다고 말한다. “부모들은 남들이 잘 안쓰는 더 비싼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며, 비록 전부는 아니더라도 ‘천연’ 성분이 사용된 제품을 더 좋아한다”고 시장조사회사 ‘클라인 & 캄퍼니’의 매니저 캐리 보너는 말한다.
‘어바비바’의 오개닉 기저귀 크림은 4.2온스에 19달러(왼쪽), ‘캘리포니아 베이비’의 버블 배스는 2온스에 3달러49센트(가운데), ‘킬’ 베이비워시는 6.8온스에 18달러50센트다.
아기 피부에 닿는 것만큼은 전적으로 ‘내추럴’‘오개닉’ 제품을 사용하고 싶다는 부모들 생각은
표면적으로는 맞다. 로욜라대학 메디컬 센터 내과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신생아는 생후 1개월사이에 주 4회 목욕을 하면서 비누, 샴푸, 로션등에 든 48가지 성분에 노출된다는데 아기 피부는 성인보다 훨씬 얇으므로 아기에게 사용하는 제품 선정시 주의해야 한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아기들은 피부의 차단 기능이 어른만큼 발달하지 않았고, 몸 전체에서 피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른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무슨 성분이건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비율이 높다. 아기의 덜 자란 간과 신장이 피부를 통해 흡수된 화학약품들을 처리하는데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현재 널리 판매되고 있는 베이비 샴푸, 클린저, 로션들의 레이블을 살펴보면 수많은 화학명을 찾아볼 수 있다. 그중 Sodium laurel sulfate, diethanolamine, triethanolamine, PEG-150 distearate, dimethyl-phthalate, methylparaben 같은 성분은 제조사및 소아과 의사들에 의해 여러해동안 매일 사용해도 일반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밝혀진 것들이다.
FDA는 제품의 안전성은 화장품회사들이 보장할 것을 의무화시키고 있으며, 로션이나 클린서들을 출시전에 검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위험한 성분을 쓴다는 증거는 없다”고 킴벌리 로울링스 대변인은 말했다.
그래도 피부과 의사들은 널리 첨가되는 일부 성분이 피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피부가 빨개지거나 쓰라리거나 발진, 두드러기 같은 앨러지 반응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특히 습진이나 기타 피부 질환이 있는 아이들에게 심하다는 것이다. 아기의 연약한 피부에 문제를 일으키기 쉬운 성분들은 수많은 로션및 클린저에 보존제로 쓰이는 paraben, 일부 기저귀 발진 치료용 연고및 베이비 스킨 크림에 유화제로 사용되는 sodium borate, 비누와 샴푸에서 거품을 일으키는 성분들인 sodium laurel sulfate, sodium laureth sulfate 등이다.
그래도 불안한 부모들은 이런 화학성분이 아니라 ‘천연’ 성분만 썼다는 제품에 마음이 끌리게 되지만 천연성분이라고 다 안전한 것은 아니다. 허브, 망고 버터, 아먼드 오일, 버터밀크, 살구씨 기름, 핑크 그레이프프룻등 꽃밭처럼 향기롭고 먹어도 될 것 같은 이름, 녹차나 해조류등 보호및 안정을 주는 성분을 썼다는 제품들이 많지만 그들의 주장을 입증해줄 과학적 증거는 별로 없다.
오히려 앨러지 반응을 일으킬 수는 있다. 2003년에 시카고의 칠드런스 메모리얼 하스피털에서 아동 피부에 사용되는 293개 제품을 검사해 본 결과 4개중 1개에서 우유, 콩, 밀, 계란, 나무 열매등 앨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식품이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에 앨러지가 있는 아이에게 이런 성분이 들어있는 로션이나 클린저를 사용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는 자명한 일. ‘식물성’이나 ‘향기요법’이라는 말이 들어간 레이블을 단 제품에 사용되는 식물추출물이나 기름등도 앨러지를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고 ‘천연’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 대부분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어떤 제품을 사용하건 소아 피부과 전문의들은 아기 피부에 사용하는 제품은 향이나 색이 진하지 않은 것을 고르라고 충고한다. 사실 성인용 제품중에도 아기 피부에 쓰기에도 충분한 제품들이 많아 의사들은 ‘Dove’ ‘Aquaphor’‘Cetaphil’‘Eucerin’로션과 클린저, ‘Vaseline’을 흔히 권한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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