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들, 좌석 예약제·포도주 허용, 시설 업그레이드
발레 파킹에 고급식당 구비... 가격은 더 비싸
오페라극장같은 실내서 관객들 “영화볼 맛 나요”
토요일 밤, 플로리다주 보카 라튼의 라스베가스 고급호텔을 연상시키는 지중해 양식으로 지어진 초대형 메가플렉스 극장 ‘더 팰리스 20’은 수많은 관객으로 북적인다. 주차요원들은 대형 샹들리에 스타일의 램프 아래 세워 놓은 차들을 옮기느라 바쁘고, 로비를 들어서면 어린 아이들을 봐주는 놀이방, 관람 전 요기할 수 있도록 피자나 새우 튀김 등을 파는 대형 매점이 눈에 들어 온다.
미리 온라인으로 주문해 집에서 프린트해 온 입장권을 들고 온 사람들은 별도의 입구를 이용한다. 정규 입장권 가격의 두 배나 되는 18달러를 낸(발레 파킹과 팝콘이 무료다) 이들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층으로 가 21세 이상만 출입하는 식당 겸 술집으로 들어간다.
식사를 하고 싶지 않거나, 너무 늦게 온 사람들은 새우 칵테일과 스시, 포도주 반 병 같은 것을 주문할 수도 있다. 영화가 시작할 때쯤 되면 먹던 음식과 음료를 푹신하고 널직한 좌석에 작은 테이블이 달린 발코니 좌석으로 가지고 가도 된다.
라스베가스의 고급 호텔을 연상시키는 플로리다주 보카 라튼의 메가플렉스 ‘팰리스 20’ 내 식당.
관객 숫자는 줄어들고, 가정용 오락시설은 점점 더 발전하자 ‘리걸 엔터테인먼트’‘AMC 엔터테인먼트’‘시네마크’ 같은 최대 규모 극장 체인들은 점점 더 디지털 프로젝션에 집중하는 반면 ‘무비코 시어터스’‘레이브 모션 픽처스’‘내셔널 어뮤즈먼츠’ 같은 소수의 작은 회사들은 영화 보러 극장에 가는 일의 의미를 재평가하느라 바쁘다.
5년전 ‘무비코’가 만든 ‘팰리스’는 플로리다주 남부에 기반을 둔 메가플렉스 극장으로 개봉관 고객 편의시설에 관한 한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누구나 똑같은 영화를 똑같이 트는 메가플렉스 극장에서 사람들을 오게 만들려면 “영화 이상의 체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하미드 하셰미 무비코 사장은 말한다.
미시건주에서 극장 내 정식 바에서 산 술을 좌석까지 가져가서 마시게 하는 3개의 메가플렉스 극장을 운영하는 ‘이매진 엔터테인먼트’의 폴 글란츠 사장도 ‘무비코와 레이브가 이 나라 영화관람의 미래를 제시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집 밖으로 놀러 나올 이유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영화관들은 에어 컨디션이 나왔을 때부터 줄곧 각종 고객 편의시설을 실험해 왔다. 그러다 1995년에 AMC가 달라스에 24개 스크린을 자랑하는 최초의 메가플렉스 ‘그랜드’를 연 이후 방향이 달라졌다. 대형 체인의 경우 그 엄청난 규모- ‘리걸’의 경우 40개주에 600개 극장의 스크린만 해도 6,600개가 넘는다- 때문에 체인 전체에 걸친 변화를 지양하게 됐다. 여러 가지를 시도해본 끝에 단골 손님에게 보상을 해주는 프로그램 같은 것은 남았고, 식당이나 라운지 같은 것은 도태됐다. 극장의 핵심 업무인 영화 상영과 어울리지를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리걸이나 AMC, 기타 대형 업체들은 디지털 사운드, 계단식 좌석 배치, 컵 홀더가 달린 팔걸이등 관람 체험을 개선시키는데 집중했다. 지역에 따라 고급 매점 같은 것도 시도해 봤지만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원하는 것은 팝콘과 소다, 캔디로 나타났다고 전국극장소유주협회 회장인 존 피시안은 말한다. “집에서 벗어나려고 영화 보러 오느니만큼 건강식에서도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고객 서비스는 대체로 작은 극장 주인들의 관심사가 됐다. 개봉관중 처음으로 술을 팔기 시작한 것은 버지니아주 포츠머스에 있는 ‘코모도어’라는 스크린 하나짜리 작은 영화관이다. 극장소유주협회가 발간하는 ‘인 포커스’에 따르면 1987년에 손님들에게 로비나 좌석에서 술을 마실 수 있게 허락한 극장은 14개에 불과했지만 올해 초에는 270개로 늘었다. 그 대부분은 작은 극장들이다. 텍사스주 오스틴의 ‘알라모 드래프트하우스’와 뉴잉글랜드 북부의 2개 작은 체인은 손님들이 매일 메뉴가 바뀌는 저녁 식사를 하며 영화를 관람하게 한다.
텍사스에 본부가 있는 체인 ‘레이브’가 운영하는 메가플렉스에는 최신형 비디오 아케이드가 있고, 캘리포니아주의 ‘퍼시픽 시어터스’ 체인은 좌석예약, 카페 바, 고급 매점등을 자랑하며 21세 이상만 출입시킨다. 매서추세츠주에 본부가 있는 ‘내셔널 어뮤즈먼츠’의 경우 주로 동부지역에 86개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필라델피아와 로스앤젤레스에 2개의 메가플렉스를 ‘브리지’라는 새로운 브랜드 네임으로 짓고 바와 라운지, 식당 및 독서실, 영화가 끝난 다음 식당 및 택시 예약 등을 알선해주는 서비스 외에 로비에서 라이브 공연도 제공한다. 대중들의 고급스러운 영화관람 체험을 위해 이중 바와 로비의 피아니스트는 이 회사의 다른 극장에서도 제공될 예정이라고 샤리 레드스톤 사장은 말한다. 내셔널은 노인 관객을 위한 흘러간 명화 같은 특별 프로그램, 라이브 코미디, 스포츠 행사 같은 대안 오락도 제공한다. 뉴잉글랜드 지역 극장에서는 그 대형 스크린으로 보스턴 레드삭스 게임을 보여주며 맥주와 핫도그를 서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야심차기는 단연 ‘무비코’극장들이다. 일단 웅장하고 멋있기가 1950년대, 고대 이집트 등 거대한 주제에 맞춰 설계된 테마공원 같다. 이집트 신전처럼 지었기 때문에 플로리다주 데이비의 75번 고속도로에서 눈에 딱 띄는 ‘패러다이스 24’의 4,600석을 거쳐가는 손님은 일주일에 5만~6만명이나 된다. 그러나 그보다 더 눈에 띄는 점은 다른 많은 극장들이 놓아버린 성인 관객들을 소홀히 대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인관객들이 극장을 멀리하게 하는 요인인 우는 아이나 낄낄거리는 10대, 무례한 어른, 셀폰 소리, 조악한 음식들을 극장에서 추방시킨 것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