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자석체 때문에 의료사고 빈발
휠체어, 환자 수송용 들것, 마룻바닥 닦는 기계가 자기공명촬영기(MRI) 속으로 깊숙히 처박혀 있는 사진과 이야기는 그냥 보면 슬랩스틱 코미디 감이다. 스캐너의 강력한 자석이 부주의한 병원 직원의 손에서 그런 물건들을 빼앗아 간 것이다. 경찰관의 총이 총집에서 날아가 자석에 부딪치며 벽으로 발사되고, 스프링클러 수리공의 아세틸렌 탱크가 속에서 튀어나오면서 밸브가 터지는 바람에 불이나 건물이 폭삭 타버린 적도 있다.
MRI 스캐너 속에 사무실 의자가 처박혀 있는 모습(위). MRI의 자력에 이끌려 들어간 IV 주사용 기둥에는 모니터 장치까지 붙어있다(아래).
■ 사례 1 누워있는 뇌수술 환자에 강철 산소통 날아와
■ 사례 2 환자 뇌동맥의 금속 클립 빨려져 나와 사망
■ 사례 3 공기탱크 맨 소방관 기계속으로 빨려들어가
1980년에만 해도 몇대에 불과했던 미국내 MRI 스캐너 대수가 이제 1만대가 넘어 섰고, 거기 사용되는 자석의 힘도 네배나 강해졌기 때문에 부주의로 인한 사고는 점점 더 자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중상및 사망까지 발생했지만 도대체 몇건이나 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증가하고 있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하는 안전 전문가들은 어서 빨리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02년에 제정돼 작년에 개정된 미국방사선과학회의 안전지침에는 전혀 구속력있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방사선과학회의 안전지침을 집필한 피츠버그대학 메디컬 센터의 방사선과 교수 이매뉴얼 카날 박사는 방사선과 의사들이 스스로 주의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사고 발생건수가 늘고 있고, 일부 스캐너 사용업자들이 자발적으로 규칙을 지키는 일에 무관심해 차라리 연방이나 주법으로 강제시키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현재의 안전지침에서는 오진 소송을 하는 변호사가 방사선과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에만 구속력이 발휘된다는 것이다.
MRI는 촬영실의 설계 변화, 새로 나온 금속탐지기 설치, 환자와 방문자가 강자성체 금속으로 만든 물건을 몸에 지니지 않도록 확인하기 같은 일들을 통해 더 안전해 질 수 있지만 법이나 의료계에서 의무화되어 있지 않으며, 그렇게 시행하는 업자도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MRI 사고는 스캐너가 고장나서가 아니라 사람이 실수해서 일어난다. FDA는 이 기계를 의료기기로 승인했지만 사용자에 대한 규제는 하지 않는다. 제너럴 일렉트릭, 지멘스 같은 제조사들도 고객 안전을 위해 더 안전한 촬영실 디자인등 몇가지를 권고하지만 요구할 수는 없다.
MRI에 사용되는 자석은 X 레이나 방사능과 달리 발암 위험성이 없기 때문에 올바로만 사용하면 환자에게 완벽하게 안전하며 해마다 수백만명이 무사히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는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몇건이나 나고 있는지는 모른다. 업자들에게는 사고가 날뻔 했거나, 경상을 입은 것 까지는 보고할 의무가 없고, MRI에 이끌려 날아가는 물체 때문에 중상을 입었어도 보고되지 않는다. 스캐너 자체로 인한 사고가 아니기 때문이다.
FDA의 의료장비사고 데이타베이스에 기록된 MRI 사고 건수는 100건도 안된다. 그 대부분은 기계가 파손됐기 때문에 알게 된 제조사가 보고한 것이다. 텍사스대학 부속병원에서 사용하는 스캐너에서 난 모든 사고를 연구한 결과 스캐너마다 적어도 5년에 한번은 중대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날 박사는 주로 변호사들을 통해 개인적으로 듣는 사고 소식만도 일년에 몇십건이라며 FDA 통계는 빙산의 일각에도 못미친다고 말했다.
어쨌든 사고마다 원인은 담당 직원의 실수다. 강자성 물체를 촬영실에 들여 놓거나 촬영전 환자에게서 미리 발견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내 MRI 스캐너 1만대가 모두 종합병원에 설치된 것은 아니다. 이 기계를 가지고 가게를 차린 사람도 있고, 트럭에 싣고 작은 병원들을 순회하거나 샤핑몰 주차장에 세워 놓고 돈받고 스캔해주는 업자들도 있다. 그러니 저마다 지키는 안전수칙도 각각이라는 것이다.
현재까지 발생한 사고중 최악은 2001년 뉴욕주에서 마이클 콜롬비니라는 6세 소년이 죽은 것이다. 뇌수술을 받고 스캐너 안에 누워있던 이 소년의 산소 공급이 끊어져 마취과 의사가 산소탱크를 가지러 갔는데 그만 강철통에 든 것을 집어가지고 온 것. 들어서자마자 탱크가 기계 안으로 빨려 들어가 소년의 머리를 치고 말았다.
볼티모어에서 MRI 안전에 대해 가르치는 물리학자 모리엘 네세이버 박사의 웹사이트 (www.simply physics.com)에는 스캐너 속에 의자, 청소기등이 처박혀 있는 사진들이 들어 있다. 한번은 환자가 수송용 침대채로 빨려 들어가 4명이 달라붙어 겨우 빼낸 적도 있다.
요즘 수술용 스테이플, 인공 관절, 페이스메이커 같은 기구들은 티타늄이나 스테일레스 스틸, 기타 자석에 끌리지 않는 금속으로 만들어지지만 한번은15세 환자가 뇌동맥에 꽂은 금속 클립이 빠져 나와 죽었고, 초기모델 페이스메이커를 단 어른 2명이 스캔 도중 죽은 적이 있다. 포일을 뒤에 단 니코틴 패치와 산화철 잉크로 한 문신도 자석에 반응한다. 자석에 끌려 날아 들어온 금속 파편에 맞아 한쪽 눈이 먼 사람도 있었다. 독일에서는 불 끄러 온 소방관이 휴대한 공기탱크 때문에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 몸이 반으로 꺾어지는 바람에 질식해 죽을 뻔만 일도 있었다.
MRI의 자기는 전기를 꺼도 없어지지 않는다. 자력은 대단히 차갑게 식힌 헬륨에서 나오는 것으로 자기를 제거하려면 액화된 헬륨을 공기중으로 방출시켜야 하는데 방출시 냉기를 뿜으며 산소를 빨아들여 760배로 확장되는 통에 방문이 닫히고 천장이 날아가 버리는등 배출구 인근에 있는 사람은 부상하기 마련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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