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뉴욕 맨해튼 중심가. 사람들은 정신없이 바삐 움직인다. 그러나 맨해튼이라고 해서 모두가 똑같이 분주한 것은 아니다. 새로 오픈한 자연사박물관의 다윈 전시관에 있는 두 마리의 거대한 거북이는 예외다. 이 거북이들은 천천히 움직인다. 1835년 다윈이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이 거북이들의 생태에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 인연이 돼 전시관에 들어섰다. 전시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느린 거북이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자신들의 속도를 조절하게 된다. 시사주간지 ‘US뉴스&월드리포트’가 다윈의 과학자로서의 기질을 현대인의 유연한 사고에 접목시킬 필요가 있다며 다윈전시관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증거 없는 믿음보다는 증거로 무장한 논리
반복 검증을 통해 아이디어의 타당성 확립
미국 K-12년 절반이 과학실력 C학점 이하
비판적·과학적 사고는 창의력 발휘의 원동력
다윈의 호기심은 그저 느린 거북이를 들여다보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다윈은 이 섬들에서 수년간 연구에 몰입했다. 곤충, 식물, 동물, 화석 등 수천 종을 수집해 분석했다. 영국의 온실에서 쉬지 않고 실험을 했다. 지질학과 동물의 번식연구에도 천착했다.
1858년이 돼서야 다윈이 이론을 발표하게 이르렀다. 그 동안은 무진 애를 쓰면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된 것이 그 유명한 ‘진화론’이다. 모든 생물은 동일한 생명체에서 자연 선택의 과정을 통해 진화한 것이라는 명제를 발표했다.
이것은 이론이다. 그러나 여느 이론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지적 설계론(Intelligent Design)을 주창하는 사람들이 폄훼하는 그저 그런 하나의 이론이 아니다. 다윈의 진화론은 수많은 사람들의 인식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과학이론은 자연 현상에 대한 포괄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이다. 단지 예감이나 추측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과학이론은 증거와 관측, 그리고 반복될 수 있는 실험의 결과에 의거한다. 바로 다윈이 거친 과정이다.
다윈은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연구할 때 한 섬과 다른 섬에 있는 거북이 등이 서로 다르고, 콩새의 부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아냈다. 진화를 통해 동물은 환경에 적응한다는 이론이 파생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지적 설계론은 과학이론이 아니다. 믿음의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이지 결코 증명할 수 있는 영역의 이슈가 아니다. 이러한 논란 자체는 미국인들의 과학이론에 대한 무지에서 출발한다.
전국 각주의 K-12학년 과학 실력을 보면 이해가 간다. 전체 주 가운데 절반 이상이 C학점 이하이고, 15개 주는 낙제점 수준인 것으로 최근 발표된 논문이 지적했다.
과학 현상은 지금 지구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지구온난화가 그 중 하나다. 자연적 물리적 사이클에 의한 영향이 어느 정도이고, 인간에 의한 영향이 어느 정도 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우리들은 이와 관련한 첨예한 논쟁을 지겹도록 접하고 있다. 분명한 답변을 내리기 어려운 만큼 공방도 뜨겁다.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다.
미시건대학 지리학과 교수 헨리 폴랙이 저서 ‘불확실한 과학, 불확실한 세계’에서 대기의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가 반드시 지구의 기온을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낳는지에 대한 확증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은 이러한 견해에 동조하지 않는다.
과학 이론의 타당성을 확인하려면 관련되는 질문을 많이 던져야 하고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변을 얻어야 한다. 과학자처럼 생각하는 것은 비단 과학도만의 일이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자세라고 할 수 있다. 과학적 사고는 복잡한 네트웍 사회에서는 필수적인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폴랙 교수는 “어느 분야든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것이 사실인가?”하고 물어봐야 하고 “이것이 사실이라면 과연 어떻게 검증할 수 있나?”하고 또 따져야 한다.
그러다보면 자꾸 깊이 들어가게 된다. 그러다 마침내 “내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무릎을 치는 기쁜 순간이 찾아온다.
이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가설을 정립한 뒤 논리 정연한 구조를 형성하면서 이론을 전개하고 풀어나가는 것이야말로 과학의 길이다.
우리의 하루하루 생활도 이러한 과학적 사고에 바탕을 둘 때 한결 효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전통과 관습에 얽매여 고리타분한 아이디어에 안주하다보면 새로운 창의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호기심과 이를 방증하는 과학적 사고에서 새로운 이론이 나오고 신기술이 창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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