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체계 약화시켜 암 세포 키운다는 설 근거 박약
스트레스 환경서 수년간 지낸 사람과 일반인의 발병 비슷
자녀가 암환자인 부모, 자녀가 정신분열증인 부모도 마찬가지
쥐·에이즈 환자의 면역체계 기능 통제해도 암 발병 높아지지 않아
크리스티나 쾨니히(39)는 지난 주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자신이 암에 걸렸는지 궁금해 의사들을 여럿 찾아다녔다. 일단 유방종양 절제술을 받았다. 암세포가 성장하기 시작한 지 5~10년 됐다는 게 의사의 말이다. 쾨니히는 무릎을 쳤다. 원인을 찾은 듯했다. 4년 전 이혼한 쾨니히는 이혼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암을 키웠다고 믿고 있다.
쾨니히뿐 아니라 많은 암 환자들이, 아니 암이 걸리지 않은 사람들도 스트레스가 몸의 면역체계를 약화시켜 암세포를 활발하게 만든다고 믿고 있다. 정말 그럴까. 뉴욕타임스가 최근 이에 대한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1989년 당시 50세였던 짐 키퍼트는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워싱턴주 올림피아의 지방교육구 교육감이었다. 교사들과 임금협상을 벌이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었다. 키퍼트도 “스트레스 때문에 암에 걸렸다”고 믿고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지에 대한 여부는 연구자,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지대한 관심사이다. 연구자들은 스트레스가 암세포를 억누를 면역체계를 파괴해 암 세포가 성장하는 게 아니냐는 가설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해왔다.
우선 면역체계가 암세포의 성장을 막는지에 대한 연구가 첫 단계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암세포들은 단백질을 생성하는데 이 단백질을 통해 암세포들은 면역체계에 메시지를 보낸다. 그 내용은, 간섭하지 말거나 아니면 오히려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스트레스라는 제3의 변수를 대입한 완벽한 등식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시애틀의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센터 폴리 뉴콤 박사가 암의 원인에 대한 연구를 했다. 여성 가운데 암에 걸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1,000명을 대상으로 병원기록, 환경, 복용한 약에 대해 조사를 했다. 가족이나 친구 중 누가 사망했는지, 남편이 있는지 아니면 이혼했는지, 해고됐는지 아니면 은퇴했는지, 재정상태에 변화가 생겼는지, 이밖에 스트레스를 야기한 일이 더 있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었다. 인터뷰 대상들은 왜 이러한 질문을 자신에게 하는지 모르고 인터뷰하는 사람은 누가 암 환자인지 모른 상태에서 진행됐다.
결과는 분명했다. 지난 5년간 있었던 스트레스 유발 요인들과 유방암 진단에는 연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한 연구도 마찬가지의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 연구 결과에 만족한 것은 아니다. 이들 연구가 스트레스 자체보다는 스트레스를 유발한 일들을 토대로 했다는 게 이유다. 문제는 스트레스 자체를 연구에 입력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다.
덴마크에서 1만1,38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이들은 모두 자녀가 암에 걸렸다. 그러니 부모로서 얼마나 스트레스에 시달렸겠는가. 그러나 이들의 암 발병률은 일반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들이 암으로 죽은 부모 2만1,062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지만 역시 이들 부모의 암 발병률은 높지 않았다. 또 정신분열증 아이를 두고 있는 부모 1만9,856명에 대한 조사에서도 역시 암 발병률은 일반인과 비슷했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줄임으로써 암을 다스린다는 것은 근거가 박약해진다. 그러나 환자들은 “왜 내가 암에 걸렸을까” 하고 자문한다. 그런데 이러한 물음에 의학계가 속시원하게 답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과거에는 스트레스로 면역체계가 약해지면 백혈구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기능이 떨어져 암세포가 성장하고 급기야 제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는 게 정설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이러한 이론을 믿지 않는다. 다른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센터의 프레드 애플바움 박사팀은 면역체계가 전혀 기능하지 못하도록 조작된 쥐를 실험했는데 이들이 암에 별로 걸리지 않았다. 면역체계가 암을 막는다는 이론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쥐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실험을 했다. 에이즈 환자나 장기이식 환자들은 복용하는 약의 특성상 면역체계의 기능을 일부러 약화시킨다. 그러므로 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으나 역시 암 발병은 일반인보다 높지 않았다.
스트레스-면역체계-암의 삼각관계에는 수수께끼가 둘러져 있다. 명쾌한 답변이 아직은 나오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암의 원인으로 여기는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숨기거나 가볍게 여기는 자세 또한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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