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주 사우스 포틀랜드에 사는 켈리 드캠브라는 시간당 7인치나 내리는 폭설을 무릅쓰고 음침한 차고로 향했다. 다름 아닌 경찰서 차고였다. 브레이크, 트랜스미션, 견인 트럭 등이 들어차 있었다. 드캠브라는 사실 이러한 것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눈을 두리번거리면서 무언가를 찾았다. 자신의 아픈 가슴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을 찾고 있었다. 경찰서 차고에서의 이상한 풍경이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이 광경을 보도했다. 루거 44구경 매그넘 수퍼 블랙호크 리볼버가 눈에 들어왔다. 이 총을 보는 순간 드캠브라에게 악몽이 되살아났다. 아들 라이오넬(21)이 지난해 이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난 것이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총기를 유족이 보는 앞에서 절단함으로써 상흔을 조금이나마 매만져주려고 이러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메인 주 첫 법제화, 경찰국에서 직접 절단
과거엔 경찰국이 판매해 장비구입비로 전용
희생자 유족 참관은 자발적, 한풀이 효과 커
점진적으로 워싱턴 등 타주로 확산 가능성
드캠브라는 경관이 절단기로 이 총을 자르는 것을 직접 지켜보았다. 죽은 아들이 살아서 돌아오지는 않지만 아들을 해친 몹쓸 총을 절단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분풀이를 할 수 있다. 메인 주는 지난 2001년 살인사건에 사용된 총기를 이처럼 폐기처분하도록 법제화했다. 다시는 동일한 총기가 범죄에 사용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에서다. 과거에는 범행에 사용된 총기는 경찰에 의해 경매에 부쳐지거나 판매되었다. 그리고 이 판매대금은 경찰 장비 구입비로 전용됐다.
물론 희생자 유족이 반드시 총기 폐기 과정을 지켜보아야 한다는 조항이 명문화된 것은 아니다. 경찰과 유족이 합의하에 이루어질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을 하는 곳은 메인주가 처음이다. 메인주 경찰국장협회와 같이 이 법을 지지하는 단체들은 이 법이 메인주에만 있지만 앞으로 이러한 법규가 전국적으로 퍼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뉴욕, 위스콘신 등 일부 주에서는 범죄에 사용된 총기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 폐기조치를 내리고 있다. 또 워싱턴을 비롯한 일부 주에서는 범죄에 사용된 총기를 폐기하는 것을 금지한 규정을 폐기했다. 범죄에 사용된 모든 총기를 폐기해야 한다는 강제규정은 아니지만 점차 추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지역경찰은 범죄에 사용된 총기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국제경찰협회는 6년 전 이러한 총기를 경찰이 폐기하도록 권고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총기 판매를 금지하려는 움직임은 지난 1999년 LA 유대인 커뮤니티 센터에서 총기를 난사 5명을 부상 입히고 필리핀계 우체부 1명을 살해한 백인우월주의자가 사용한 총이 이미 다른 범죄자에 의해 범행에 사용된 총이란 점이 부각되면서 가시화했다.
하지만 반대의견도 있다. 플로리다 스위트워터 경찰국장 로베르토 펄구에이라는 지난해 문제의 총기를 판매해 확보한 돈으로 경찰요원을 위한 총, 방탄조끼 등 구입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메인주의 법은 1996년 총격에 사망한 데빈 오브라이언(20)의 어머니 데비가 경찰이 이 총기를 판매할 것이란 얘기를 듣고 “말도 안 된다”며 발끈, 사회문제화시킴으로써 촉발했다.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경찰이 총기 판매 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데비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아들을 죽게 한 22구경 권총이 경찰의 손에 의해 폐기되는 광경을 남편과 함께 지켜보았다. 이 날은 브라이언 가족에게는 상징적으로 의미심장한 날이었다.아들을 잃은 드캠브라도 심정이 같다. 아들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 아들을 먼저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안타까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슬픈 현실에 대한 최소한의 정의회복 차원에서 총기 폐기를 목도했다. 드캠브라는 “내 아들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 아들은 불한당도 괴물도 아니다. 그는 내 아들이고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다”고 했다.
총을 절단한 경관 제프 린스캇은 “많은 유족들이 이 광경을 제대로 지켜보지 못한다. 아픈 과거를 견디지 못해 그러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드캠브라는 달랐다. 딸, 아들은 물론 두 살난 손녀도 데리고 폐기과정을 똑똑히 보았다. 전기톱이 총을 절단했고 조각난 총은 쓰레기통에 던져졌다. 드캠브라는 이 총 조각들과 아들의 사건 현장 사진을 경찰에게 요구했다.
“나는 악몽에 시달린다. 아들이 총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을 자주 꿈에서 본다. 참을 수 없다. 이 총이 절단돼 폐기처분 되는 광경을 지켜보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드캠브라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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