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묵혀만 두면 식초되기 십중팔구”
집에 오래된 와인이 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대개는 오래전 선물 받은 와인을 그냥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의 경우, 오래 둬서는 안 되는 와인을 그냥 하염없이 묵혀 뒀거나 제대로 보관하지 않아서 십중팔구 식초가 돼버렸을 확률이 높다. 혹시 집에 몇 년 묵은 와인이 있다면 화이트 와인이나 로제는 과감하게 버리라고 조언하고 싶다.
화이트 와인 중에도 좋은 것은 5~10년 정도 숙성할 수 있지만 90% 이상은 어린 상태에서 맛과 향이 더 신선하므로 화이트 와인을 사거나 선물 받는 경우 빨리 마시는게 좋다. 레드 와인도 제대로 보관하지 않았다면 마실 수 없는 상태로 변했기 십상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제대로 보관하는 것일까? 이 정도의 와인지식은 상식에 속하지만 아직도 생소한 사람들을 위해 간단하게 정리해 본다. 집에 와인 창고나 와인 셀러를 갖고 있는 애호가들이 아닌, 일반 가정에서 알아 두어야할 상식이다. 하지만 와인을 몇 달 내에 마실 계획이라면 굳이 번거롭게 ‘보관’할 필요는 없다.
어둡고 조용하고 서늘한 곳
옷장 한구석 신문지 깔고 눕혀서
▲눕힌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와인 병을 눕히는 이유는 코르크 마개가 항상 젖어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병을 세워두면 코르크가 마르게 되고 코르크가 말라서 수축하면 병 안으로 공기가 들어간다. 와인은 산소와 접촉할 때 빨리 산화되므로 오래 세워둔 와인은 맛이 시큼하게 변질되기 쉽다.
▲온도
온도는 와인의 보관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와인이 가장 좋아하는 온도는 화씨 50~55도(섭씨 10~12도)인데 화씨 40~65도(섭씨 5~18도)까지는 무난하게 견딘다. 보통 상온은 온도의 변화가 있게 마련이지만 여름에서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는 계절의 변화처럼 천천히 일어나는 온도 변화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혹은 한주 단위로 온도가 급격하게 바뀌는 환경이라면 와인이 빨리 숙성해 버린다.
▲습도
70%의 습도가 이상적이지만 50~80% 정도면 괜찮다. 습도가 높은 것은 와인에 크게 해가 되지 않으나 병에 붙은 종이 레이블이나 상자 같은 것이 빨리 삭을 수 있다. 그러나 습도가 낮으면 즉 너무 드라이하면 코르크가 빨리 말라 병 속으로 공기가 들어갈 여지가 많아진다.
▲빛
와인은 빛을 싫어한다. 와인 병 색깔이 어두운 이유가 거기에 있다. 특히 샴페인(스파클링 와인)의 경우 빛에 아주 예민하므로 특별 주의가 필요하다. 집에서 가장 어두운 곳에 보관한다.
▲진동
계속적인 진동이 있는 곳에는 와인을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일반 냉장고에 와인을 넣지 않는 이유도 너무 찬 온도와 진동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는 이 문제로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가능하면 와인 병은 자꾸 옮기지 않는 것이 좋다.
▲청결
너무 냄새가 나거나 지저분한 곳에 두면 와인 맛이 변질될 우려가 있다. 냄새는 코르크를 통해 병 속으로 들어가 와인 맛을 오염시킬 수 있고, 지저분한 환경은 코르크 자체를 오염시켜 와인 맛을 변질시킬 수 있다.
▲결론
그러니까 와인은 어둡고 조용하고 서늘한 곳에 눕혀서 보관하는 것이 좋은데 일반 가정에서 이 모든 조건을 다 충족시키는 공간으로 전문가들은 옷장 바닥을 추천한다. 베드룸 안에 있는 옷장(walk-in closet 포함)은 일년 내내 햇빛 들 일이 없고 진동도 없으며 집안에서 가장 온도 변화가 없는 곳이다. 옷장 한 구석에 신문지를 깔고 와인 병을 차곡차곡 눕혀서 보관한다면 좋은 레드 와인의 경우 몇 년은 견딜 수 있으리라고 본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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