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전 은퇴후 영세교회서 무보수 시무 이창순 목사
그림 김순식
교계가 바로서야 한인사회가 바로 선다
세속화와 물욕 땅에 떨어진 도의회복 시급
후임목사 선임문제로 교회가 극단적인 내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젊은 목회자가 쓰러져 사망한 ‘가나안 교회’ 사태(본보 23일자)를 계기로 한인사회의 병폐로 불거지고 있는 한인 교계의 문제점을 긴급 진단한다. 한인 이민사회의 절반이 바로 교회와 그 신도라고 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인 교계가 바로 서야 LA 한인사회도 바로 설 수 있다는 지적이고 보면 세속주위와 물신주의에 물든 한국교회의 축소판이라는 LA 한인교계의 ‘회개’와 ‘자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세속화와 사유의식이 교회문제의 본질
“목사가 되려는 젊은이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어요. 목사가 고생하고 핍박받는 희생의 자리라면 목사 지망자가 이렇게 많겠습니까?”
한인교계 분쟁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여기에는 교회를 자신의 소유물로 착각하는 목회자들의 ‘사유의식’과 ‘세속화’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한인교계의 원로로 윌셔연합감리교회를 ‘아름답게’ 은퇴한 후 지난 2004년부터 ‘재정 미자립 교회’인 교인 30여명의 토랜스 연합감리교회에서 무보수 시무중인 이창순 목사는 내분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한인교회들의 현실을 ‘세속화’와 ‘사유화’ 문제로 진단했다.
한국교계나 한인 이민교계 모두 극단적인 세속화 단계에 와 있다고 지적한 이창순 목사는 “한인교계가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땅에 떨어진 목회자들의 도의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먼저일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LA 한인사회에서만 매년 수백여명씩 예비 목회자들이 쏟아져 나와 ‘목사’자리 얻기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 이 목사는 “목회자 사이에서는 ‘대형 교회’의 ‘당회장’ 자리를 재벌그룹의 회장쯤으로 바라보며 부러워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교회 분쟁의 내면을 깊숙이 들어가 보면 대부분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욕심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금이 기독교가 핍박받았던 일제시대라고 한다면 이렇게 목사 되려는 사람이 많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목사는 교회가 부자가 되려하고 부자가 되는 순간 세속화하고 타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초대목사로 22년을 시무해 왔던 윌셔연합감리교회를 정년이 되기 5년 전에 미리 은퇴했던 이창순 목사는 은퇴 직후인 2001년 교인이 7명에 불과했던 프레즈노의 재정이 어려운 영세교회 시무를 자임해 3년만에 이 교회를 교인 40명의 재정 자립 교회로 만들어놓았고 2004년에는 역시 재정 미자립 상태인 토랜스 연합감리교회로 자리를 옮겨 현재 무보수로 교회 시무를 계속하고 있다.
이 목사의 사례에서 한인교계가 새로운 희망과 전범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다른 목회자는 “초대 목사가 교회를 은퇴할 때가 가장 고민스럽고 힘든 시기다. 목회자가 소명을 다했다고 판단하면 새로운 사명을 찾아 사심 없이 교회를 떠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어쩔 수 없는 세속화의 길을 가고 있는 교회에 그래도 희망이 있다면 아직은 사심 없는 목회자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줄 없으면 목사도 못한다.
한인교계의 분쟁 사례를 파고 들어가면 ‘신앙공동체’로서의 교회의 모습보다는 ‘이익집단화’한 ‘정치 결사체’로 변질된 교회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세속적인 정치 뺨치는 술수와 모략이 난무하는 ‘교계 정치’가 추잡한 한인교계 분쟁의 큰 원인이라고 진단하는 목회자들이 적지 않다. 세속화된 교회가 사기업화 되고 이를 ‘놓칠 수 없는’ 이권이자 권력으로 여기는 목회자들의 틈새에서 바로 ‘교계 정치’가 횡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1차로 교계 정치는 개교회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노회를 통해 이뤄진다. 금전이 뒤에서 오가고 학연과 지연 등 연줄의 원리가 철저하게 작동해 세속 정치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교계 인사들의 지적이다.
하이데저트 지역에서 교인 20여명 규모의 개척교회에 시무하고 있는 P목사는 “노회 임원들의 눈에 벗어난 목회자가 개교회를 맡을 수 없다. 노회 임원 마음에 들지 못한 목사는 개교회 교인들이 100% 찬성한다고 해도 그 교회를 맡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하다 못해 같은 고향이거나 같은 학교 출신이라거나 아니면 뒷돈을 통해서라도 노회 임원 마음을 구워삶아야 작은 교회라도 시무할 수 있다”고 개탄했다.
P목사는 얼마 전 있었던 H교회의 목사 청빙 실패사례를 그 예로 들었다. 개
교회 목사 청빙에 막강한 실권을 행사하는 A노회 목사청빙위원회장인 B목사가 같은 신학교 출신 목사를 앉히기 위해 교인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젊은 목사의 임명에 끝끝내 거부권 행사해 결국 관철시키고 말았다는 것이다.
개교회의 건강성 유지를 위한 상급 견제기관인 노회가 세속정치의 장으로 변질돼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 P목사는 노회 실력자를 중심으로 줄을 서고 편을 가르며 이들의 비위를 맞추려는 모습이 바로 교계정치의 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학연과 지연 등 연줄 정치가 난무하기도 하지만 노회 정치로 세도를 부리며 뒤에서 치부하는 목사도 없지 않다”고 개탄하며 “한인 교계가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노회부터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나안 교회 사태의 발단도 교계정치의 산물이었다. 노회가 서남노회의 실력자인 은퇴목사측에 휘둘리면서 ‘뚜렷하고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신임목사’의 당회장 인준을 지연시켰고 급기야는 이 교회 다수 교인들이 노회 탈퇴를 선언하면서 내분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돼 결국 노회가 교회 분쟁에 불을 지른 꼴이 되고 말았다.
2차적으로는 교회 내의 정치 행태도 문제다. 교회를 설립한 초대목사가 은퇴하고서도 자리와 영향력 보전을 보전하면 일종의 ‘수렴청정’을 시도할 때 분쟁이 시작된다.
은퇴목사와 후임목사의 갈등으로 결국 지난해 11월 교회가 쪼개진 W교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노회장과 노회 임원을 역임하며 교계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던 이 교회 J목사가 후임목사를 ‘자기 사람’으로 앉히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후임목사가 부임한 후에도 ‘수렴청정’식으로 교회 운영에 사사건건 간섭하다 결국 교회가 양분되고 말았다. 원로목사 간섭에 견디다 못한 후임목사와 지지신도들이 대거 교회를 뛰쳐나가 버리고 말았다.
넘쳐나는 ‘목회자’들의 ‘밥그릇’(?) 싸움도 교회분쟁의 한 단초다.
칼스테이트 유의영 교수는 “목사님이 많아도 너무 많다. 교계에도 수요와 공급의 경제원리가 작동하기 때문에 자리에 대한 집착과 자리다툼이 생긴다”며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해외 선교사를 파송하는 한국과 한인교계에 이제 해외 선교사 자리마저 포화상태”라고 말했다.
한인 교계의 편의주의가 분쟁의 원인
조직과 집단의 갈등을 피할 수 없는 일상의 문제로 전제한다면 문제는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절차와 방법에 대한 합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로랜하이츠 선한목자교회 시무장로인 유의영 교수는 끊이지 않은 한인교회 분쟁의 원인으로 ‘신앙공동체로서의 정체성 상실’과 교회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한인교회의 ‘편의주의’를 꼽았다.
유의영 교수는 “어느 종교단체든 분쟁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한인교계는 다양한 이견과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이것은 바로 교회법을 무시하는 편의주의가 발단이 돼 신앙공동체로서의 교회 정체성을 잃는 단계까지 가면 바로 가나안 교회와 같은 사태가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 교수는 교회가 지향하는 정체성보다 구성원 개개인의 이권과 권위를 우선시하는 풍조가 만연할 때 바로 교회 분쟁으로 발전하게 되며 이 분쟁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은 바로 신자 자신들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교회 구성원 각자는 신앙과 교회에 대한 개념이 서로 다를 수 있으며 하나님에 대한 시각도 모두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면서 “다른 의견과 생각이 대화와 토론 과정을 거쳐 합의점을 찾아가야 건강한 교회를 회복할 수 있다”며 교계의 성찰과 자성을 촉구했다.
초대목사로 22년을 시무해 왔던 윌셔연합감리교회를 정년이 되기 5년 전에 미리 은퇴했던 이창순 목사(사진)는 은퇴 직후인 2001년 교인이 7명에 불과했던 프레즈노의 재정이 어려운 영세교회 시무를 자임해 3년만에 이 교회를 교인 40명의 재정 자립 교회로 만들어놓았고 2004년에는 역시 재정 미자립 상태인 토랜스 연합감리교회로 자리를 옮겨 현재 무보수로 교회 시무를 계속하고 있다.
이 목사의 사례에서 한인교계가 새로운 희망과 전범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다른 목회자는 “초대 목사가 교회를 은퇴할 때가 가장 고민스럽고 힘든 시기다. 목회자가 소명을 다했다고 판단하면 새로운 사명을 찾아 사심 없이 교회를 떠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어쩔 수 없는 세속화의 길을 가고 있는 교회에 그래도 희망이 있다면 아직은 사심 없는 목회자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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