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접속은 현대생활의 필수품이 됐다. 그런데 전화회사들은 수익성을 이유로 주민이 적은 시골에 인터넷 연결회선을 하나둘 매각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켄 스트랜스키, 빌 존슨, 진 메이슨과 그의 아내 루이스-헬렌 메이슨(왼쪽부터)이 버몬트 주 캐년의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비즈니스의 목적은 가능한 많은 손님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예외 없는 규정 없듯이 비즈니스에서도 반드시 이러한 룰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손님들을 멀리하거나 아예 발을 끊으려 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전화회사들 가운데 이러한 현상이 실제 일어나고 있다. 빌과 우술라 존슨 부부는 바로 전화회사들이 떨어내려는 고객에 포함된다. 버몬트 주 북동부 경치 좋은 시골 농장지대에 사는 존슨 부부는 새벽 동이 트기 전에 기상한다. 소의 젖을 짜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의 하나이다.
전화회사들 “수익성 없다” 시골 전화선 하나둘 매각
버라이즌, 버몬트·뉴햄프셔·메인 주 160만회선 팔 계획
스프린트 넥스텔, 올텔 등 “대도시에 대대적 투자” 대세
취업 등 정보 취득 어렵고, 로컬기업들 경쟁력 저하 우려
존슨은 자신과 거래를 하는 회사의 웹사이트에 접속해 자신이 받을 돈이 얼마나 되는지 점검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새벽 4시대가 가장 한산하기 때문에 이 시간에 접속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좀체 인터넷을 사용하기 힘들다. 존슨은 답답할 경우 몬트펠리어에 있는 동료들과 전화나 편지로 의사소통한다.
그래도 그나마 지금이 낫다. 조만간 이 마을의 인터넷 사정은 악화될 것이다. 이 지역 전화회사인 버라이즌(Verizon)이 로컬 라인을 매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버몬트, 뉴햄프셔, 메인 주의 160만회선이 송두리째 매각될 상황이다. 버라이즌 측은 이에 대해 “경영합리화를 위한 조치”라는 간단한 답변을 주었을 뿐이다.
버라이즌 뿐 아니다. 상당수 전화회사들은 주민이 별로 없는 지역에 인터넷 시설투자를 꺼리고 있다. 이보다는 사람이 집중돼 있는 대도시에 투자를 해 경쟁력을 높이고 보다 많은 수익을 올리려 하고 있다.
고속 인터넷이 일상화된 현대에서 이들 일부 시골지역 주민들은 인터넷 차별을 겪을 수밖에 없다. 생활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 뿐 아니라 경쟁력마저 떨어질 수 있다는 데 주민들의 우려가 있다. 이메일이나 인스턴트 메시지로 서로 대화하는 요즘, 이 주민들은 시골 길 모퉁이의 식당에 삼삼오오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정취가 있긴 하지만 경제생활에는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수년 전 가구공장에서 일하다 해고된 헬렌 메이슨은 이렇게 불평했다. “컴퓨터 강좌를 들어본들 쓸모가 없다. 새 일자리를 구하려 해도 인터넷을 쓸 수 없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이 말을 들던 그의 남편 메이슨이 맞장구쳤다.
버라이즌은 과거엔 이 곳에 전화선을 연결해 주었다. 2005년 칼라일 그룹이 하와이에 있는 전화회사를 매입했다. 버라이즌은 또 2002년 앨라배마, 켄터키, 미주리 주에 있는 버라이즌의 130만전화회선을 매각했다.
스프린트 넥스텔(Sprint Nextel)은 710만지역 전화선을 매각하고 엠바크라고 개명했다. 올텔(Alltel)도 로칼 전화를 매각한 뒤 밸러 커뮤니케이션(Valor Communication)과 합병했다. 버라이즌이 뉴잉글랜드 전화선마저 매각할 경우 버몬트 주민들은 인터넷 접속이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와 맞물려 일자리가 썰물처럼 사라져버릴 것이란 우려도 있다.
다른 지역의 회사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기업들이 인터넷에 접속을 하지 못하면 과연 어떻게 경쟁을 할 수 있겠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화회사들의 조치에 대한 성토이다. 하지만 버라이즌 측으로선 달리 방도가 없다. 뉴잉글랜드에서 돈을 빼내 이를 뉴욕과 보스턴과 같은 도시와 인근지역에 투자하는 게 훨씬 알짜라는 것을 아는데 말이다.
또 전화회사들은 “셀폰 회사, 인터넷 회사, 케이블 회사들은 지역에 대한 서비스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전화회사들만 이를 배려하라고 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 그렇게 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버라이즌은 버몬트 주 33만회선 가운데 56%에만 인터넷을 연결해 준다. 그러나 지역 전화회사들은 전화회선의 95%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지역 전화회사가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기 때문이다. 버라이즌과 같은 대형 회사들에겐 이 지원이 없다. 그러니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역주민들로선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자녀를 홈스쿨링도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정부 자료를 열람하기도 어렵다. 지역 호텔이나 여행관련 업계는 관광객 유치하기가 곤란하다. 애버빌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지난 35년간 모텔 임대업을 해 온 마이클과 루이스 킹스톤 부부는 이렇게 말했다. “이 곳에서 사람들이 머무는 시간이 적으면 그만큼 지역 경제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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