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느리지만 침체는 없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 냉각과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을 뚫고 무난한 성장을 보인 미국 경제가 2007년에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올해 경제의 향방을 가늠해 보기 위해 LA지역에서 가장 저명한 경제분석가 중 2명인 한미은행장 손성원 박사와 LA카운티 경제개발공사(LAEDC)의 잭 카이저 부회장 겸 수석경제학자를 만나 2007년 경제 전망을 들어봤다. 손 행장은 월스트릿 저널로부터 가장 정확한 경제예측가로 선정되는 등 주류사회에서도 잘 알려진 경제학자이고 카이저 부회장은 LA 경제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기도 한 대표적 경제분석가다. 두 사람은 올해 미국 경제의 침체 없는 연착륙과 단기 금리의 동결 지속을 예상하면서도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손 행장은 주택시장이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 같다는 진단을 내놓았고, 카이저 부회장은 남가주 지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피력했다. 두 경제학자와의 인터뷰를 대담 형식으로 요약 정리한다.
손성원 한미은행장
주택시장 식었지만 최악은 지난듯
한인은행‘주류’에 밀려 수지 악화
-올 경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2006년 상반기에는 경제가 좋고 하반기에 약한 점을 보였는데 올해는 반대의 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원유가가 계속 하락세를 보인다고 가정한다면 올해는 상반기에는 약하지만 하반기 들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주택시장 붕괴에 대해 걱정이 많았는데 부동산이 식은 건 사실이지만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부동산 시장이 최악은 지났을 가능성이 있다. 남가주의 고용 상황이 양호하고 또 모기지 금리의 하락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정부의 세수가 늘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 한다.
-성장률은 어느 정도로 예측하나.
▲미국은 지난해 3.1%의 성장을 보였지만 올해는 약 3% 정도로 본다. 그러나 성장률 평균치보다는 상반기와 하반기의 성장 차이가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원유가가 안정된다면 경제가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크지만 규모가 줄어들고 있어 성장의 발목을 잡고 힘이 약해지고 있다. 달러 약세가 계속되고 있고 아시아와 유럽 경제가 좋은 것도 수출에 호재다. 기업 경쟁이 심화되면서 생산성을 올리기 위한 설비와 테크놀러지 등 자본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남가주와 한인타운 경기 전망은.
▲남가주, 특히 한인 경제는 부동산과 한국 경제의 영향이 중요하다. 한국은 올 경상수지 흑자가 150억~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해외 투자가 늘어날 것이고 이중 주요 부분이 부동산과 사업체 투자 등을 통해 남가주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부동산 시장이 중요한데 주택부문 보다는 상가나 오피스 빌딩 등 상업용의 둔화가 더 우려되는 부분이다.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가격 자체가 하락한다기 보다는 거래가 크게 줄어들면서 여기에서 파생되는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게 문제다. 렌트 및 사업체 가격 급등으로 비즈니스 여건이 안 좋고 리테일도 침체된 게 사실인데 하반기 회복이 기대된다.
-올해 금리 인하 전망은.
▲연방 당국이 단기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많지 않아 보인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물가지수의 약 3분의 2를 임금 부분이 차지하고 있는데 실업률이 매우 낮고 임금이 올라가고 있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준다.
-주식시장은 더 활발해질 것인가.
▲올해 주식시장은 내려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요즘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를 유지하기는 힘들 것 같다. 주식시장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기업 이익의 성장률인데 2006년에는 이 성장률이 매우 높았지만 올해는 상당히 둔화될 것이다. 작년 미국내 기업들의 세후 순익 성장률이 22%나 됐다. 작년말 증시가 많이 오른 게 우연이 아니다.
-한인 은행들의 영업 환경은.
▲내년에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한인 은행들 간 경쟁도 극심하지만 오히려 주류은행들이 더 큰 도전이 되고 있다. 한인 은행권 전체로 볼 때 주류은행들에 점유율을 뺏기고 있는 게 문제다. 지금은 실속 없이 규모만 키우기 보다는 자산 건전성을 걱정해야 할 때라고 본다.
잭 카이저 LAEDC 부회장
경기 연착륙·단기 금리 동결 전망
주택·제약업종 주식투자 주의해야
-2007년 경제의 키 워드는 무엇인가.
▲‘성장은 느리지만 침체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착륙의 해가 될 것으로 본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5% 정도로 약간 낮겠지만 남가주는 약 3% 가까이 될 것 같다. 로컬 경제는 많은 부문에서 좋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남가주 항만의 컨테이너 물동량으로 볼 때 국제 무역은 연 10%씩 성장하고 있고 전문 비즈니스 분야와 관광업도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테크놀러지 부문도 활발하지는 않지만 괜찮다. LA에서는 특히 메트로 골드라인 연장과 스테이플스 센터 인근의 LA라이브 프로젝트, 올 10월 착공되는 그랜드 애비뉴 프로젝트 등 여러 주요 프로젝트들이 진행돼 경기에 도움을 줄 것이다.
-미국 전체의 성장세 전망은.
▲역시 침체 없는 연착륙을 하겠지만 남가주 보다는 부침이 있을 것 같다. 부동산 침체와 함께 자동차 업계의 부진도 만만치 않다. 디트로이트 빅3의 감원이 많았는데 많은 분석가들은 미시간주의 경우 이미 경기 침체 상태라고 보고 있다.
-올해 금리의 향방은.
▲연방 당국이 2007년 내내 기준 금리의 동결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아직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계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 금리를 보면 아직도 많은 자금들이 수요를 찾고 있는 상태다. 현재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6%를 약간 웃도는 정도로 아직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데 이것은 좋은 소식이다.
-부동산 시장은 어떤가.
▲주택시장이 둔화된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아직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주택 건설업체들이 새집 분양을 위해 인센티브를 많이 제공하고 있고 기존주택 시장에서도 셀러들의 리스팅 가격이 현실화되고 있어 바이어 마켓이다. 특히 콘도 등 다세대 주택이 아파트로 전환한 것이 1년 전에 비해 크게 늘었는데 경고 사인으로 봐야 한다. 반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상당히 타이트하다. 현재 LA의 오피스 공실률이 9.7%로 낮다. 통상 10%를 균형 상태로 보고 그 이하면 신축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땅값이 너무 비싸 신축은 어렵다. 특히 산업용 건물은 공실률이 1.6%로 거의 빈 곳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많은 소형 제조업체들이 리스 인상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주식시장은 투자하기 좋은 곳인가.
▲매우 주의해야 한다. 현재 증시가 잘 나가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주택건설과 오일, 제약업 등 분야 등이 그렇다. 해당 산업 분야의 기초에 대해 잘 분석하고 주의 깊게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LA한인타운과 다운타운 경기는 어떻게 보나.
▲한인타운은 활기찬 지역으로 계속해서 경제적으로 매력 있는 지역이 될 것이다. 다운타운은 콘도가 너무 많이 건설되고 있는 게 문제지만 주요한 프로젝트들은 눈여겨봐야 한다. 특히 LA라이브 프로젝트 가운데 올 10월 완공 예정인 노키아 극장은 다운타운 지역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 것이다. 약 7,000석 규모에 첨단 시설을 갖추고 어워드 쇼 등을 유치할 전망이어서 많은 경제인구의 유입과 경기 진작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김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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