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을 차와 더불어 살아온 김세진 사장은 “기술과 정직이 성공비결”이라고 말했다. <진천규 기자>
비용 늘고 경기 예전만 못해도…
초심 잃지 않으렵니다
“차량 정비 비즈니스 잘하는 비결이요? 다른 것 없습니다. 기술, 정직, 인간관계지요.”
세월의 풍화를 이겨낸 비결을 묻자 이렇게 답하는 김세진 사장이 한인타운 2가와 버몬트 인근(150 S. Bimini Pl.)에서 자기 이름을 걸고 영업하고 있는 ‘세진종합정비공장’. 지난 1979년 간판을 올렸으니 야무진 나이테가 28겹이다.
기술이민으로 73년 도미, 텍사스의 셰볼레 딜러에서 정비사로 일하다 이듬해 LA에 온 김 사장이 ‘세진-’을 처음 오픈한 곳은 3가와 하버드. 남의 업체에서 ‘기름밥’을 먹은 지 6년만이었다. 1986년에 현 위치로 둥지를 옮겼으며, 그 사이에 돈도 많이 벌었다. 사업이 승승장구, 한국 TV방송에 성공한 이민자로 소개되기도 했다. 초창기엔 한인 정비소가 적었던 데다 본격 이민의 밀물이 시작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성공의 가장 큰 디딤돌은 타고난 열심이었다.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밤 10시까지 차와 씨름하기 일쑤였죠. 중노동에 퉁퉁 부은 팔다리를 아내가 주물러주었습니다. 차가 급격히 컴퓨터화 되면서는 더 열심히 공부해야 했구요.”
그러나 때로 재물이란 손안의 모래 같은 것. 92년 LA폭동이 타운을 할퀴고 지나간 뒤 부동산 가격이 폭락, 페이먼트를 못하는 바람에 그는 투자했던 많은 것을 잃었다.
김 대표와 자동차의 첫 인연은 유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부가 하던 강원도 오대산 자락 ‘하늘 아래 첫 동네’ 같은 고향의 양조장, 운전사 아저씨를 따라다니며 심부름을 하던 소년은 12세 때 몰래 차를 운전하는 대모험을 감행한다. “한번 직접 몰아보고 싶었거든요. 기름 넣으면 가는 자동차가 너무 신기하고 좋아 차 안에서 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그가 차와 본격적 인연을 맺은 것은 한양공대 기계과를 다니다 입대한 군에서 차량부속 관리를 맡으면서부터. 대학 졸업 후에는 낮에 압연생산업체에서 일하고 저녁엔 자동차 학원에서 강의를 하면서 연분을 이어간 끝에 미국인 교수의 소개로 자동차로 이민까지 오게 됐다.
사업을 시작한 그는 특유의 근면 성실함으로 고객들의 차를 손보아 주었다. 그 결과 감사편지를 보내오는 미국인, 수십 년 단골이 된 한인, 대를 이어 충성을 보여주는 고객들이 날로 늘어갔다. 정비소의 성공을 바탕으로 87년에는 바디샵과 딜러를 오픈하기도 했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일까. 4세 때 어머니가 타계하는 바람에 모정을 모르고 자랐던 그는 91년 장남을 가슴에 묻었고, 지난 2005년 11월에는 부인을 윤화로 여의었다.
“아내와 함께 집안에 댄스홀까지 자그맣게 만들었는데….” 먼저간 부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감추지 못하는 그다. 아들의 병사 후 슬픔을 못 이겨 하는 부인을 위해 함께 ‘올인’한 볼룸 댄스였다.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주 1회 레슨으로 1년이 걸리는 댄스곡을 14종류나 완성시켰다. 수많은 트로피를 받았고 남가주 아마추어 리듬 부문에서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에 초청돼 유명가수와 공연을 하고 미국의 각종 타인종 축제에 나가 화려한 춤 솜씨를 선보였다.
부인을 잃은 그는 마음의 방황을 많이 경험했다. “2005년 1월 아내의 회갑에는 ‘우리의 만남은 1963년 여름 기계과와 음악과의 미팅에서 시작되었지. 남은 인생 최선을 다합시다. 그동안 남편으로서 잘 못한 것을 용서해 주시오’ 라는 내용의 편지를 쓰기도 했었는데…. 청천벽력 같은 일은 두 번이나 겪고 나니 몸 안의 모든 에너지가 증발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김 사장은 고난과 아픔을 기독교 신앙의 용광로에 조용히 녹여내면서 사랑하는 부인과 아들을 천국에서 기쁨으로 만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주말이면 로즈힐스를 찾아 연애와 결혼생활 합해 43년간 추억을 쌓았던 평생의 반려를 그리워하는 글을 쓰기도 하면서.
“정비업계 재미가 예전만은 못합니다. 운영비용은 늘고 헌 차 타는 한인들은 적고. 또 요즘 차가 좀 잘 나와야지요. 하지만 일흔까지는 더 열심히 일할 겁니다. 집에 혼자 우두커니 있으면 뭐합니까?” 가정과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40여년간 차와 동고동락해 온 프로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다짐이다. (213)386-7887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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