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살고 있는 그렉 스토프트(18)는 45달러짜리 스케이트보드를 사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다. 일도 하지 않는데다 최근 부모마저 더 절약해 살기로 결정함에 따라 자기가 쓰던 아이파드 나노를 크레이그스리스트에 올려 팔기로 했다. 이달 초 어느 날 저녁 에그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며 90달러에 매물로 내놓은 그의 흰 4GB짜리 아이파드는 바로 다음날 아침에 70달러에 팔렸다.
중고 전자제품 10대끼리 매매
학교복도에서 직접 거래도 많아
MP3에 저장된 노래 저작권 문제
개인정보 노출·돈 지불 방법 등
중고생들 자칫 위험 노출 우려도
부모에게서 받은 선물이었으니까 들인 원가도 없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또 부모로부터 300달러 상당의 새 비디오 아이파드를 선물로 받았으니 아이파드 없이 지낼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다. 스토프트가 무엇을 팔아본 것은 처음이지만 요즘은 아이파드나 다른 물건을 파는 아이들이 많다. MP3 플레이어, 랩탑 같은 전자제품을 많이 사용하고, 최신 모델 입수에도 열심인 요즘 10대 청소년들은 쓰던 것, 오래된 것을 팔아 현찰을 챙긴다.
요즘 10대들은 많은 전자제품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소비자전자제품협회 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이 있는 가구는 평균 35개의 소비자 전자제품을 갖고 있는데 반해 10대가 없는 가구는 24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에는 가구당 4~5개가 보통이었다”고 말하는 소비자전자제품협회 연구실장 조 베이츠에 따르면 요즘 10대들은 더 많은 전자제품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이미 갖고 있는 제품이 못쓰게 되기 전에 신제품을 장만하기를 좋아하므로 “확실한 수치는 없지만 전자제품을 팔고 사는 10대 청소년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사리에 맞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수요도 있다고 PC 매거진에서 테크놀러지 칼럼니스트로 일하는 랜스 울라노프는 말한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부모를 둔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그 물건들을 원하므로 10대들끼리 디지털 벼룩시장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10대들의 세계에도 최신, 최고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아이와 남이 쓰던 것이긴 해도 아직 쓸 만하면 손에 넣겠다는 아이 등 계층간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크레이그스리스트, e베이, 마이스페이스 같은 웹사이트를 살펴보면 10대 중고 전자제품 시장의 존재를 분명히 알 수 있지만 거래는 웹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쓰던 전자제품을 고교나 대학 복도에서 급우에게 파는 아이들도 많다.
그런데 이 10대들의 벼룩시장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사자와 부모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일들이 몇 가지 있다. 만일 팔려는 MP3 플레이어나 컴퓨터에 그동안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노래 수백곡이 들어 있다면 그것은 상표법을 위반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 노래들을 따로 복사해서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개인 정보가 들어 있는 랩탑이나 컴퓨터를 팔 때는 프라이버시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혹시라도 자신이나 자기가 아는 사람이 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셀폰이건 랩탑이건 팔기 전에 개인 정보는 모두 삭제시켜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거래를 하려고 전혀 모르는 타인과 접촉하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으므로 부모의 관심과 감독이 중요하다.
돈을 주고받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선 살 사람을 만나서 물건을 주고 현찰이나 수표를 받아올 수 있다. ‘페이팰’ 같은 서비스를 이용해서 먼저 돈을 받은 다음에 물건을 보낼 수도 있지만 ‘페이팰’은 18세 이상인 사람만 사용할 수 있으므로 대부분은 부모가 자신의 크레딧 카드 번호를 쓰게 해줘야 된다.
어떤 아이들은 운송비를 내기 싫어서 온라인으로 싸게 물건을 팔겠다고 내놓은 사람을 직접 만나려 할지 모른다. 아이파드를 팔아 스케이트보드를 산 그렉 스토프트도 빵집에서 살 사람을 만났다.
PC 매거진의 울라노프는 틴에이저들이 온라인으로 물건을 팔겠다고 광고하면서 주소나 전화번호 같은 개인의 정보는 넣지 않도록 부모들이 확인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크레이그스리스트에 10대들이 올린 전자제품 판매 광고를 살펴보면 자기 전화번호까지 써넣은 것도 심심치 않게 끼어 있다.
미주리에 산다는 한 소녀는 아이파드 나노를 팔면서 자기 사진과 개인 e메일 주소까지 밝히고 있을 정도. 지나해에 쓰다 고장 난 랩탑을 e베이에서 380달러에 팔아치운 후 모아두었던 돈을 보태 새로 랩탑을 장만한 플로리다주 보카 라튼의 고교생 브리타니 리치(16)의 판매과정을 속속들이 알고 감독했던 엄마 랜시 리치는 “참견이 심하다고 해도 할 수 없어요. 그게 부모의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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