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살이도 그런 시집살이가 없었다. 성격이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그리고 항상 내세우는 게 문벌이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양반도 아니다. 향반(鄕班) 정도의 지체였다. 게다가 반상(班常)의 차별도 없어진지 꽤 됐다. 그런데 매양 아랫사람들을 턱없이 하대하는 것이었다.
며느리가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불쌍해 인정이라도 쓰는 날이면 불호령이었다. 상것들을 그렇게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 시어머니이니 숨도 제대로 못 쉴 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며느리의 사촌동생이 한 밤중에 찾아왔다. 피신을 해온 것이었다. 사촌동생은 일본 관헌에 빌붙어 온갖 악행을 일삼던 한인 순사를 총으로 저격하고 도망친 것이다.
결국은 사단이 났다. 일본 경찰이 추적을 해온 것이다. 그 여파로 시아버지 등 시집 어른들이 모두 연행됐다. 그리고 살인범을 숨기고 도망치는 걸 도왔다는 죄목으로 형무소 생활을 하게 됐다.
며느리로서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친정 사촌동생을 숨겨주었다가 시집식구들이 줄줄이 철창신세를 지게 했으니…. 며느리는 시어머니 앞에 나아가 석고대죄를 했다. 그런데 그 까다롭고, 무섭기만 한 시어머니의 말씀이 뜻밖이었다.
“네 동생은 동생대로 할 일을 했고 너는 너대로 할 도리를 했으니 이 일로 더 이상 마음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순간 시어머니가 다시 보이더라는 것이 며느리의 훗날 회고다.
80년도 훨씬 전 한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피아(彼我)의 구별이 없다. 온통 철천지원수끼리 모인 것 같다. ‘검증’이라고 했나. 그 이름하에 온갖 비열한 짓이 서슴없이 자행된다.
이병박과 박근혜의 한나라당 얘기다. 경선 결과 후보가 단일화가 된다고 해도 뭉쳐서 제대로 본선에 임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때는 이때다 싶다. 검증을 빙자로 평소 비방하고 싶은 사람을 마구 매도한다. 말의 복수를 꺼리지 않는다. 게다가 ‘검증의 시즌’을 틈타 한몫 챙기겠다는 작태도 두드러진다.
대통령이라는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더 앞장서서 난리다. 선관위 경고쯤은 마이동풍이다. 그리고 검증 정도로는 속이 차지 않는지 적극적 선거 개입이라도 하겠다는 자세다.
대통령 선거는 사활의 게임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금도(襟度)라는 게 있다. 그게 안 보인다. 대립과 분열이 극에 이른 느낌이다.
80여년 전 한 시골 마나님이 보여준 정도의 금도조차 오늘의 정치인에게서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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