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올스타전 MVP
이치로 스즈키(사진). 그가 만일 일본이 아니라 한국 선수였다면? 답을 뒤지는 건 시간낭비 정력허비다. 하필(?) 일본 선수였기에 그의 활약상은 한국 언론에서 거의 혹은 매우 푸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엄연히 ML의 새 활력소다. 잘 치고 잘 달리고 수비 잘하고, 게다가 울트라급 야구센스까지. 그래서 그가 타석에 서거나 누상에 나가면 투수도 야수들도 그에게 신경을 쓰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원래 투수 출신인 그는 우익수 어중간한 지점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거의 직구에 가까운 빠른 공을 뿌려대 섣불리 홈이나 다음 베이스를 노리다 횡사를 당하는 주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이치로 경기를 중계하는 미국인 캐스터들은 수시로 “이치로 이치방!”(넘버원을 뜻하는 일본어)을 외칠 정도다.
시애틀 매리너스 유니폼을 입자마자 댓바람에 ML 사상 한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갈아치우며 매년 200안타 이상 때려낸 그가 10일 저녁 SF자이언츠 홈구장에서 열린 2007 올스타전에서 왕중왕 MVP로 뽑혔다. ★관련기사-스포츠섹션
첫 타석에선 1-2루수 사이를 뚫는 전형적인 이치로 안타. 두번째 타석에선 공에 방망이만 걸쳐놓고 도망치는 듯한 타격으로 2루수와 유격수의 키를 살짝 넘긴 뒤 달려나오는 좌익수의 몇발치 앞에 뚝 떨어지는 바가지안타. 마지막 세번째 타석에서는 마음껏 잡아당긴 타구가 높디 높은 펜스를 맞힌 뒤 굴절돼 우익수가 어리둥절하는 사이 질풍같이 홈까지 치달은 인사이드-더-팍-홈런(속칭 그라운드홈런). ML 올스타전 사상 최초의 인사이드-더-팍-홈런이었다. 매리너스 선수가 올스타전에서 3타수3안타를 친 것은 꼭 15년 전 이맘때 켄 그리피 주니어(현 신시내티 레즈) 이후 처음이었다. 선두타자가 올스타전 MVP에 뽑힌 것은 ESPN 해설자 조 모건 등에 이어 사상 4번째.
배리 본즈, 그리피 주니어, 알렉스 로드리게스 등 소문난 불방망이들이 SF베이 저녁 습기에 젖은 듯 힘을 못쓰는 사이 3발3중 명중탄을 날리며 팀 승리(AL 5-4)를 주도한 그에게 “이치로 이치방” 연호와 함께 MVP 트로피가 안겨진 것은 당연했다. 그럴수록 박찬호 김병현 등 올스타전 초대는 고사하고 소속팀에서의 지위조차 불안한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에게 더욱 안타까운 눈길이 가는 것 또한 당연했다. 매리너스가 이치로에게 앞으로 5년동안 무려 1억달러 계약을 제시했다는 소식 역시 부러움과 시새움을 동시에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반환점을 돈 메이저리그는 주말 3연전을 시작으로 후반기에 돌입한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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