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레오 게임
상항한국학교 교사 천경주
선생님, 오레오 게임해요.
수업 종이 울린 지 몇 분이 지났지만, 교실 분위기는 여전히 들떠 있습니다. 지금은 토요일 아침, 다른 친구들은 다들 재미나게 휴일 오전을 만끽하고 있을 텐데 자신만 학교 교실에 앉아 있으려니 마음이 딴 곳에 가 있나 봅니다.
오늘은 유난히도 아이들 모두 그런 표정들입니다. 지금 수업을 진지하게 시작하기는 무리가 있기에 선생님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주의력을 한 곳에 끌어 모을까 하고 궁리를 합니다.
자 우리 재미난 명상을 해보면 어떨까?
눈을 감아봐. 그리고 오레오 쿠키를 떠올리는 거야. 자 이제 오레오를 반으로 나누고 그 안에 있는 하얀 크림을 맛보자.맛있지? 그리고 이번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천천히 숫자를 세어보자. 숨을 들이쉬면서 하나... 숨을 내쉬면서 둘.... 어때? 배가 볼록해지는 게 느껴지지?
어느 덧 아이들은 오레오 쿠키를 상상하면서 그 모양과 맛을 음미하며 자신의 호흡과 숫자 세기에 열중합니다. 점차 아이들은 집중력을 가지고 선생님의 말을 들을 준비를 합니다.
모든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학습의 동기를 갖게 하고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계십니다. 무서운 옛날이야기를 실감나게 해주는 선생님, 자신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주는 선생님, 한 학생과의 개인적인 주제를 대화로 이끌어내는 선생님 등. 일명 ‘오레오’ 명상법은 제가 개발(?)한 학생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저학년 아이들에게 제법 효과가 있는 방법입니다.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면서 요란해진 마음을 가라앉히고 평온한 상태로 돌아오게 하는, 어렵지 않은 휴식의 한 방법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도 남용하면 실증이 나는 까닭에 이번 학기에는 쓰지 않고 있었고 저도 아이들도 오레오 명상법을 모두 까맣게 잊어버렸죠.)
그 날은 연휴를 앞두고 결석이 많은 토요일인데다가 샌프란시스코에 큰 지역 행사가 있어서 여러 학생들이 다른 곳에 가 있는 등 학교가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여서 교실 안의 아이들이 상당히 산만해져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는 꽤 높아져 있었고 이제 무슨 다른 방법을 써서라도 모두를 진정시켜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순간 너무 뜻밖에 평소 개구쟁이 영섭이가 진지하게 말하는 겁니다.
선생님, 오레오 게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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