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의 유명시인이 이달 초 자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LA 타임즈에 29일자 보도에 따르면 1940~50년대 버클리 르네상스 시인으로 불렸던 랜디스 에버슨(81)이 지난 17일 밀밸리의 길가에서 자신의 머리를 권총으로 쏜 후 인근 병원으로 실려갔으나 사망했다.
주변인에 따르면 에버슨은 최근까지 수차례 뇌졸중을 앓는 등 건강문제로 힘겨워 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자살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시인으로서의 에버슨의 일생은 매우 독특했다.
에버슨은 UC 버클리 대학 재학 시절 잭 스파이서, 로빈 브레이저, 로버트 던컨 등 다른 버클리 르네상스 시인들과 가깝게 지내며 시의 세계에 빠졌다.
이들은 학자적인 시를 쓰는 것을 좋아했으며 고어나 성서적 암시등을 자주 사용하곤 했다. 예를 들어 에버슨의 시 레몬나무에서 그는 레몬나무가 에덴동산에서 자라던 나무로서 아담과 이브가 쫓겨난 후 쓴 열매를 맺게 됐다고 말한다. 또, 그의 시에는 초현실적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침대에서 풀을 뜯고 있는 사슴 등의 표현으로 현대적 감각의 초현실주의 시인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버클리대 졸업 후 콜럼비아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에버슨은 그러나 60년대 버클리 르네상스 시인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시를 쓰는 것을 중단했다. 그에게 있어 시라는 것은 상업적 출판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가까운 친구들과의 의사소통수단이었다는 이유였다. 그는 더이상 친구들을 만나지 못해 시를 중단했다고 2005년 뉴욕타임즈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샌루이스 오비스포에서 정착, 건축현장이나 건물개조 현장에서 인부로 일했다. 70년대 은퇴한 후 그는 당시 버클리에서 르네상스시인에 관해 연구중이던 시인겸 에디터 벤 메이저의 강력한 권유에 힘입어 다시 시인으로 컴백한 후 3년간 300여편의 주옥같은 작품을 써냈다.
그의 작품성은 다시한번 인정받게 됐고, 결국 2005년 시인협회로부터 에밀리 디킨슨상을 수상했다. 결국 그가 하기 싫다고 고집했던 출판도 이뤄져, 이듬해 첫 시집 보관된 모든 것: 1955-2005 시 (Everything Preserved:poems 1955-2005)을 출간됐다.
시인으로서 다시 활동을 시작한 2003년도부터 작품 낭독회를 자주 열었던 그는 지난해에 보스턴 낭독회에서 첫번째 뇌졸중을 일으킨 이후로 계속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선영 기자> sunnyc@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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