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종 비하발언 그만
한국에서 학교 교사를 지냈던 한 한인이 겪은 일이다. 부인과 대화를 하는 도중 무심결에 흑인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깜둥이’ 라는 단어들이 튀어나왔다. 옆에서 듣고 있던 딸이 즉각 반응했다. “아빠는 어떻게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하는 거예요? 나도 흑인 친구들이 있는데 아빠는 내 친구들도 그렇게 부르세요?”
교회에서는 성도들의 존경을 받는 장로로, 또 사회적으로도 후덕한 인품으로 알려진 그 분은 그날 자식에게 당한 창피를 잊지 못한다.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몸에 배어있는 타인종 비하 언어 습관 때문에 망신을 당한 것이다.
한인사회가 미 주류사회 못지않은 고품격 문화를 갖기 위해서는 언어순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득이 올라가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좋은 집과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더라도 자신의 인격과 교육 수준이 그대로 반영돼 있는 언어 습관이 거칠고 조악할 때 진정한 의미의 한인사회 업그레이드는 요원하다는 말이다.
언어는 곧 정신세계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는데 타민족들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단어들을 남발한다는 것은 곧 자신의 열등감이 거꾸로 표출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 같은 이민자로서 서로 힘을 모아도 부족한 판에 단지 종업원이라는 구실로,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다는 생각에 폭력에 가까운 언사를 퍼붓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나이가 지긋해서 미국에 이민와 가게를 꾸려가던 한 부부의 일화는 실소마저 자아낸다.
악세사리를 취급하는 이 가게에 어느 날 체격이 거대한 여성이 들어왔다. 이것저것 물건을 고르고 있는 손님을 보고 부부 간에 말들이 오갔다. 물론 한국말이었지만 그 중에 미국인도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가 있었던 게 문제였다.
“여보, 이사람 덩치 좀 봐요. 정말 엄청나네요” “맞아, 참 고릴라 같네, 고릴라”
그러자 물건을 둘러보고 있던 이 여성이 화를 벌컥 내면서 뭐라고 욕을 하더니 가게를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어리둥절했던 부부는 나중에 자식들에게 설명을 듣고야 뭘 잘못했는지 깨달았다. “어머니, 고릴라는 미국 사람도 알아듣는 영어예요”
타민족이 주변에 없는 상황에서도 한인들은 종종 스스로도 듣기에 불편한 말로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쏟아놓는다. 언어폭력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그 자리에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은 없겠지만 약자에 대한 배려보다는 평소에 얼마나 우리가 그들에게 적대적인가를 드러내는 일이어서 양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여전히 거북하다.
청소년재단의 최경수 총무는 “한인들의 투박한 언어는 문화훈련 부족”이라며 “다민족, 다문화 사회에서 살아가는 방식은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근본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건전한 언어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캠페인으로는 한계가 있고 각자가 의식에서 필터 작업을 하고 남을 배려하는 태도를 키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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