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 분노한 티베트인들의 시위에 중국 정부가 진압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이례적으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티베트에서 지난 14일 시위가 발생한 이후 이를 목격한 수도 라싸의 거주자들이나 외국인들은 시위 진압 공안 병력의 부재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위 발생 초기에 공안 병력이 달아나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 일이 일어났고, 공안 병력의 부재는 시위대를 더욱 대담하게 만들어 이들이 중국인 거주자를 위협하거나 트럭을 불태우고 중국인 소유 상점에 돌을 던지는 등의 양상으로 이어졌다.
신문은 이에 관한 이유에 대한 완전한 설명이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나오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수 있으나 이번 티베트 시위는 1989년의 천안문 민주화 시위와는 똑같지는 않더라도 통제 실패와 정치적인 우유부단 등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진압 작업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시위현장을 돌아다녔던 한 미국인 여성은 하루 종일 공안이나 군인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서 티베트인들이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현재 라싸에는 수천명의 공안과 인민해방군이 진을 치고 있지만 목격자들은 이들 병력이 예상과 달리 무력하거나 준비가 전혀 안 돼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 전문가인 머레이 스캇 태너는 상황이 통제불능 상태로 진행되는 속도에 정말 놀랐다면서 라싸는 중국 당국이 20여년간 치안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던 중요한 도시 중 하나라는 점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같이 티베트 시위 진압에 머뭇거린 이유를 놓고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티베트 문제가 여론화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중국 당국이 병력에게 고위층의 승인 없이 시위대에 맞서는 것을 피할 것을 지시했는지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시위가 발생한 때에 티베트의 공산당 고위 간부들이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 중이었던 점도 중국 당국이 시위 진압에 머뭇거리도록 만들었을 것으로도 분석되고 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중국의 티베트 시위 진압과 관련, 미국과 주요 국가들이 중국에 자제를 촉구하는 정도의 무기력한 성명을 내놓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면서 이런 탄압은 중국이 올림픽 유치시 했던 인권상황 개선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백악관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중국 당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노력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전혀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올림픽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한 것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하는 것은 효과가 없겠지만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무장관이 최근 올림픽 개막행사에 불참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은 고려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면서 만약 부시 대통령이나 고위 관계자들이 마치 티베트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올림픽 개막행사에 참석한다면 이것이 어떤 메시지를 던지게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jun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