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닉토 16세가 16일 워싱턴 DC의 펜실베니아 애비뉴를 따라 ‘포프모빌’을 타면서 환영 인파에 인사와 축복을 보내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 회담
기아·중동문제 논의
인류 위한 희생 당부
백악관서 환영 행사
81세 생일 축하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6일 백악관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면담을 나누고 미국인들에 “인류 대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불우한 사람들을 돕는데 앞장설 것을 당부했다.
세계 10억 가톨릭 인구의 지도자로서 29년만에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교황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다원적 사회를 깊이 존경하는 사람으로서 왔다”며 “갓 블레스 아메리카”라고 축복했다.
교황은 자연재해 피해자들을 위한 미국의 관대한 역할을 언급하면서 “인류 대가족을 위한 배려가 국제 외교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진보를 촉진하는 노력에서도 계속해서 표현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미국인들에 덕을 쌓고 공익을 위해 희생하며 불우한 사람들을 돕는데 자유를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전날 앤드루스 기지에서 교황을 직접 마중나온 데 이어 이날 교황의 생신을 기념해 공식 만찬을 주최하는 등 극진한 예우로 교황을 영접한 부시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당신은 여기 미국이 공공장소에서 신앙의 역할을 환영하는 나라라는 것을 발견할 것”이라며 “자유를 단순히 원하는 대로 하는 권리로만 아는 세상에서 진정한 자유는 그저 우리를 위해서만이 아니라는 당신의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악관 남쪽 뜰에 모인 1만3,500명의 환영 인파는 이날 81세 생신을 맞은 교황을 위해 두차례 ‘해피 버스데이’ 노래를 부르고 시종 환호를 보냈다.
해병대 밴드는 미국과 바티칸 국가를 연주하고 21발의 예포를 발사하고 소프라노 가수 캐슬린 배틀이 ‘주기도문’을 노래했다.
주일학교 교사인 브렌다 호크(버지니아 센터빌 거주)는 “교황에게 생일축하 노래를 부를 기회가 일생에 얼마나 있겠냐”며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도 정말 근사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환영행사가 끝난 후 부시 대통령과 45분간 면담을 나누고 이어 전용 자동차로 펜실베니아 애비뉴를 따라 퍼레이드를 펼치며 시민들에게 인사와 축하를 보냈다. 거리의 인파는 환호와 박수로 맞이해 워싱턴 시내가 축제 분위기로 가득했으나 약 200명의 시위자들은 백악관 건너편에서 가톨릭 사제 성추행 스캔들을 비난하는 시위를 가졌다.
교황은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이민 가정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강경한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인격과 인권을 존중하는 적절한 방법으로 테러에 맞서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나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교황과 부시 대통령이 그외 아프리카의 식량 및 질병 위기, 중동평화문제 등의 이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낙태, 동성결혼 및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반대 등 많은 이슈에 있어서 부시 대통령과 견해가 일치하지만 이라크 전쟁, 사형제도, 쿠바에 대한 무역 제재, 환경보호 및 사회복지 등의 정책에서는 이견을 갖고 있다. <우정아 기자>
<교황 17일 일정>
▶오전 10시 (이하 동부시간) - 내셔널즈 팍 야구장서 군중미사 집전
▶오후 5시 - 가톨릭대학서 연설
▶오후 6시30분 - 요한 바오로 2세 센터서 기타 종교 지도자들과 회담
■교황이 타는 차 ‘포프모빌’
방탄유리로 4면 두른 벤츠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6일 워싱턴 시내 퍼레이드에서 탑승한 교황 전용 자동차는 1981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암살기도를 계기로 제작됐다.
현 자동차는 머세데스 벤츠가 2002년 기증한 ML430 차종으로 4.3리터 V-8 엔진, 마력 272, 자동 기어 등을 갖추고 있으며 8초내에 시속 60마일로 가속할 수 있다.
‘포프모빌’이라고 불리는 교황 자동차는 교황을 보호하면서 신자들이 사방에서 교황을 볼 수 있도록 방탄유리로 4면을 둘렀으며 인테리어는 교황의 의복에 맞춰 금으로 장식된 흰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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