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 국제 곡물 가격 상승으로 식량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그동안 농업 및 에탄올 생산 보조금 지급을 고집해 왔던 미 의회에서 이를 삭감하자는 논의들이 점차 탄력을 받고 있다.
2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미 의회는 5년간 일선 농가에 3천억 달러에 이르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농업 법안을 다루고 있는 가운데 농촌 지역 출신의 의원들을 중심으로 농업 보조금과 옥수수를 이용한 에탄올 생산 인센티브를 예전대로 유지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의회는 에탄올이 곡물가격 상승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며 의회가 농업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태도를 변화시킬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곡물 가격 상승에 따라 농가 소득은 늘어나는 반면 소비자들은 고통을 받고 있으며, 더구나 농가에서 이득이 많이 나는 옥수수로 경작물을 대체함에 따라 다른 농산물 생산량이 줄어 곡물 가격을 상승시킨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게 됨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실제 올해 농가의 평균 소득은 지난해보다 6.3% 늘어난 8만9천 달러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미국 전체 가구당 평균 소득(6만7천 달러)에 비해 3분의 1가량 많은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농촌 지역 출신 의원들은 농가의 소득에 상관없이 52억 달러에 이르는 직접 교부금을 깎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었으나 부유한 농가에 대한 보조금과 에탄올 생산 인센티브를 삭감하자는 압력이 갑작스레 증대하면서 궁지에 몰리고 있다.
미 행정부는 직접 지원금을 연 소득 50만 달러 이상의 기업형 농가일 경우 삭감하자는 입장인 반면에 농촌지역 출신 의원들은 95만 달러 이상으로 하자고 버티고 있다.
더구나 미 의회는 지난해 휘발유에 섞을 수 있는 더 많은 에탄올을 생산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제 에탄올이 옥수수 가격을 얼마나 상승시키는 지, 곡물 시장에 얼마만한 영향을 끼치는 지 깨닫게 되면서 비난에 직면해 있다.
의회는 1978년부터 연료용 에탄올에 대해 세금 우대 혜택을 줬고 2005년 에너지 법안이 통과되면서 2022년까지 에탄올 등 바이오 연료 생산을 5배 늘리기로 했으며 올해의 경우 에탄올이 휘발유 공급량의 약 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전체 옥수수 생산량 가운데 4분의 1이 대체연료 개발에 활용됐고 이는 2005년에 비해 15%나 증가한 것으로, 에탄올 지지자들은 전체 옥수수 수확량이 늘어났다고 반박하지만 현재 옥수수 가격은 부셸당 6 달러로 2년전에 비해 3배나 된다.
이 때문에 의회내 일부 의원들은 석유를 대체할 선택으로서의 바이오 연료에 대한 정부의 방침을 변화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주 에탄올에 대한 연방 정부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자는 법안을 제출한 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의원은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낳은 법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의회는 에탄올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식량 가격을 올릴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따져보는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농업 로비스트와 농촌 출신 의원들은 한동안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던 정치 상황의 갑작스런 변화에 당황한 모습이다.
스티브 킹(공화.아이오와) 의원은 1년전만해도 의회가 10년동안 유지되어오던 에탄올 보조금 삭감을 고려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지만 나 역시 이제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실토했다.
또 전국옥수수생산자협회의 로비스트인 존 도겟은 5개월여 사이에 에너지 안보를 위해 어떤 대가도 치러야 한다는 강력한 입장에서 에탄올을 반대하는 쪽으로 급변하는 최근의 현상은 믿기 힘들 정도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상당수 농촌 출신 의원들은 곡물 가격 상승이 1차상품 투기꾼, 가뭄, 달러 약세, 전세계적인 수요 증가 등 다른 요인 때문이라고 반박하면서 보조금 삭감 주장에 힘겹게 맞서고 있다.
is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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