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이해보다는 오해를 쉽게 하곤 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잘 이해해 주는 기쁨을 맛보기보다 오해에서 오는 고통과 아픔이 얼마나 더 많던가.
왜 그처럼 이해는 힘들고 오해는 쉬운 것일까? 우스개로 설명하자면 이해는 둘이고 오해는 다섯이기 때문이다. 이해와 오해가 2:5의 비율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앞으로 넉 달 정도 남겨놓고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책대결이라는 시각에서만 투표가 이루어 질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백인과 흑인, 젊은이와 원숙인, 전쟁터 애국자와 웅변적 지도자, 심지어 초혼남과 재혼남 사이에서 투표자들이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도 달려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든 선거운동이란 무릇 오해를 이해로 바꾸는 작업이다. 무슨 수를 써서든지 투표권자들을 설득해서 자기에게 투표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후보가 무슨 연설을 하더라도 그것은 바로 다음과 같은 말로 번역된다.
“내 말 좀 들어 보세요. 나는 저 후보보다 훨씬 더 좋은 자격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 점을 잘 이해하셔서 꼭 저에게 투표해 주세요.”
그런데 벌써 두 후보에 대한 오해가 국민 사이에 너무 많다고 한다. 매스 미디어가 하늘을 뒤덮고 인터넷이 온 세계에 거미줄을 쳐 놓은 세상인데도 매케인과 오바마에 대한 오해와 괴담이 밤 도깨비처럼 춤을 추고 있다는 보도이다.
그런 오해 가운데 하나가 그들의 종교문제란다. 매케인은 영국 성공회 신자였다가 침례교회로 옮겼고 오바마도 확실히 개신교회 신자라는 데도 괴담이 열병처럼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그는 개판신자라든가 혹은 이슬람 비밀당원이라든가…
한편 이들 두 후보가 한결 같이 공을 들이는 계층은 바로 ‘복음주의 유권자’들이다. 벌써 미국과 세계 언론들은 “복음주의 표가 대통령 당락 열쇠” “복음주의 표밭갈이 나선 오바마” “매케인, 복음주의 표심에 한 발 들여 놔” 등의 제목들을 큼직하게 뽑아내고 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크게 오해받고 있는 것이 또 이 복음주의(福音主義, evangenlicalism)라는 용어이다. 보수꼴통이라고도 하고 근본주의자나 기독교 원리주의자라는 오해도 있다. 방언주의자나 광신주의자들로도 오해하고 기독교정치꾼들로도 오해한다.
복음주의는 원래 로마 가톨릭교회에 저항해서 새로 형성된 개신교회를 뜻하기도 했다. 가톨릭교회가 성경보다는 교회 전통을, 믿음보다는 선행으로 구원 얻음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성경을 과학적으로만 풀려는 극좌파 자유주의, 그리고 성경을 글자대로만 믿겠다는 극우파 근본주의의 양쪽에 반대하는 ‘온건보수주의’를 뜻하게 되었다.
복음주의란 글자 그대로 복음(Gospel) 곧 ‘좋은 소식’을 강조하는 기독교의 신앙적 입장을 말한다. 이 ‘좋은 소식’의 내용을 조목별로 정리하면 성경중심, 예수 그리스도 중심, 구원중심, 선교중심을 특징으로 한다.
그래서 복음주의자라면 “성경말씀대로 예수를 그리스도(구원주)로 믿어 영원한 생명을 얻고 평생을 바쳐 선교에 헌신하려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니까 미주에 사는 한인신자들은 대부분 복음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빌리 그래함 목사가 복음주의의 대표얼굴이라는 점에서도 확실하다.
선거분석가들은 이번 미국대통령 선거에서 4,000만 - 7,000만 명 정도가 복음주의 투표권자들이며 이들이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고 한다. 청교도 신앙을 이어받은 이들은 성경 전체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신실하게 믿기 때문에 낙태, 동성결혼, 안락사, 줄기세포 등에 확고히 반대하는 후보, 신앙의 자유를 증진하여 미국을 ‘하나님 나라’에 가까워지도록 이끌겠다는 후보에게 아낌없이 표를 던질 것이다.
이정근
유니온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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