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의 매각,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AIG의 구제금융 등의 충격으로 월가의 기반이 주저앉고 있다. 월가의 비즈니스 모델이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비관론자들도 늘고 있는데 더 넓게 보면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표되는 시장자본주의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어떻게 이런 사태가 발생했을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본업인 리스크 관리가 지난 20여년간 통제 불능의 거대한 탐욕에 의해 무시되었던 것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마침내 시장은 지나친 탐욕은 화를 불러온다는 교훈의 회초리를 꺼내 들었다.
33%의 원칙
골프는 욕심과 절제의 게임이다. 많은 성공한 기업가들이 골프를 자기 훈련(discipline)의 도구로 이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록 화려하거나 재미없는 일이라도 필요하다면 묵묵히 실행하는 셀프컨트롤이 중요하다. 라운딩은 롱게임, 숏게임, 퍼팅으로 구성되며 그 기여도는 각기 33%씩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하이 핸디캐퍼는 물론 싱글들도 연습시간을 할애할 때 90~95%를 롱게임에 사용한다고 한다. 거의 모든 시간을 레인지에서 공을 때리는데 소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가끔 라운딩 전에 퍼팅을 연습하기도 하지만 숏게임에는 전혀 투자하지 않는 실정이다. 강한 스윙이 먼저라고 강변할지 몰라도 튼튼한 숏게임이 없다면 좋은 스코어는 물론 강한 스윙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숏게임에 자신감이 생기면 시야가 넓어져 많은 공간을 사용할 수 있고 유연하고 탄력적인 스윙도 보너스로 받을 수 있다. 연습시간을 롱게임, 숏게임, 퍼팅에 각각 33%씩 분산하라.
월가는 구조조정 중
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가가 심한 동맥경화를 앓고 있다. 지나친 고수익에 정신이 팔려 고객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위험관리를 무시하는 투자관행과 자기 자본의 30배가 넘는 레버리지에 의존하는 탐욕이 금융 시스템 라인의 흐름을 막고 있다. 더 많은 정부의 구제금융이 필요하겠지만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거쳐야 월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투자은행들의 탐욕에 혀를 두르지 않을 수 없는데 문제가 된 회사들이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에 투자한 금액만 해도 자기 자본의 2~3배를 훨씬 넘는다. 정부의 구제금융이 모럴 헤저드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경고를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처럼 금융 쓰나미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들은 본업인 투자위험의 관리에 충실한 기업들이다. 물론 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은 체계적인 자산 배분과 분산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투자 폴리오는 현재 그리고 앞으로 쓰나미가 닥쳐와도 편안한 미래를 챙겨줄 수 있을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시장은 눈앞의 고수익만 쫓아가는 무모한 탐욕을 제대로 절제하지 못하면 언젠가 결국 파국을 맞는다고 경고하고 있다. 몇 년간 고공비행한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이나 부동산에 지나치게 집중한 투자자들이 매우 고전하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조지 소로스가 지적한 대로 진행중인 금융시장의 대혼란은 엄청난 기회인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시장은 호재나 악재에 항상 과잉반응하기 때문에 건실한 자산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물고기를 잡을 때처럼 쫓아다니기보다 미리 준비하고 기다려야 한다.
변재성
<워델&리드 재정자문 부장>
(310)89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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