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연말이 되면 그 해의 10대 뉴스를 선정하는 것이 관행이 되어 왔고 또 그 자체가 큰 뉴스거리가 된다. 그렇다면 올해 미주 한인교계 10대 뉴스는 과연 무엇들일까?
그것은 사실 언론기관들의 몫이다. 다만 얼굴 찡그려질 사건들일랑 뽑히지 않고 기쁜 소식들만 올려 진다면 얼마나 가슴 뿌듯하겠는가. 하지만 부끄럽게도 밥맛 똑 떨어지는 뉴스가 더 많으면 많았지 가슴을 후련하게 하는 뉴스는 아무리 봐도 흉년 치고도 큰 흉년이 되는 것 같다.
그래도 그 가운데 ‘LA 마라톤 날짜 변경’이 샛별처럼 빛나고 있다. 지난 14년 동안 매 3월 첫 일요일에 실시되어 왔던 로스앤젤레스 국제마라톤대회가 드디어 일요일을 피하여 5월 넷째 월요일 곧 메모리얼 데이에 실시하도록 최종 확정되었다는 소식이다. 이것은 이론의 여지없이 2008년도 한인교계에 보내온 가장 즐거운 소식 아닐까.
LA 마라톤대회가 처음 실시되던 해에 우리 교회도 코리아타운에 있었다. 그 때는 그냥 마라톤대회가 실시된다는 것만 알았지 무슨 대책이 필요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런데 막상 예배시간이 되었는데도 성도들이 절반 정도도 못 모였다. 그리고는 올림픽가 등이 꽉꽉 막혀서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전화들이 빗발치듯했다.
그런 악몽을 치르면서 피해교회 목사들 마음에 무엇인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그래서 ‘마라톤 날짜변경위원회’가 조직되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거친 장애물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우선 코리아타운 관계자들이 거세게 항의해 왔다. 코리아타운의 비즈니스를 활성화시키고 우리 한국 문화를 선양할 목적으로 일부러 코리아타운을 통과하도록 코스를 정했으며 그 과정에서 일요일이 가장 좋은 여건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년에 50여주일을 모이는 게 교회인데 한 번쯤 못 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무슨 대수냐는 것이다. 그들에게 ‘주일 성수’는 교회의 생명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그런 것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라톤 위원회 관계자들은 교회가 헌금 많이 모으려는 목적으로 그 같은 터무니없는 요구를 한다고 공개비난을 해왔다. 교회 일이라면 관계기관들이 비교적 신중하게 고려한다는 기대를 안고 시작한 날짜 변경 운동은 이렇듯 암초가 하나둘이 아니었다. 심지어 위원장 직책을 맡은 송정명 목사는 협박성 전화까지 여러 번 받았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이제 마침내 날짜변경에 골인하게 되었다. 마라톤 코스만큼이나 길고 끈질긴 노력과 전략 끝에 마침내 달걀로 바위를 깨는 기적이 성취된 것이다. 그렇다고 축배를 들어야 할 일만은 아니다. 마라톤 경주의 날짜 변경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분들도 있겠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날짜 변경의 성취는 미주 한인이민사에 한 이정표를 세우는 값진 일로 평가된다. 우선은 이 날짜변경 운동 관계자들이 마라톤 경기에서 배우는 인내, 지구력, 극기 곧 자기와의 싸움 등을 함양하면서 끝까지 달려갔고 테입을 끊었다는 점이 귀중한 교훈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유대인 단체 등 다른 소수민족과 공동전선을 폄으로써 소수민족의 정당한 요구를 정책으로 실현시키는 아름다운 선례를 남겼다는 점이 크게 돋보인다.
이제 미주 한인교계의 책임도 남아 있다. 마라톤 경기가 일요일에 실시될 때 신자들은 적극 참여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마음 놓고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럴 바에야 교회들이 앞장서서 경기에 적극 참가하도록 나서야 하겠다. 그래서 부드럽게 전도하는 기회로 삼는 것은 물론 한국 문화를 홍보하는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이정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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