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차기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는 민주당 전당대회 때 행한 연설에서 불치의 병에 걸렸음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직장에 출근을 하고 식구들을 따스하게 보살폈던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글썽였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시카고시의 수도국 직원으로 원베드룸에서 남매를 키웠지만 교육을 강조, 열심히 노력하면 피부 빛깔에 상관없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가르쳤고 두 남매는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 미셸은 하버드 법대, 오빠는 시카고 대학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자연스레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떠올렸었다. 라이스 장관은 목사 아버지와 고교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자녀 교육에 열성을 쏟아 붓는 부모의 지원을 받으며 어려서부터 피겨 스케이팅과 피아노를 배웠고, 26세에 박사학위를 받아 스탠포드 대학 교수가 되었다.
둘은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정치적 성향은 다르지만 늘어나고 있는 흑인 중산층의 대표적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성장과정에서 우리 한인 이민가정 부모들의 노력과 열망이 그대로 투영된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고로 그들의 발자취에 특별히 관심이 끌린다.
미셸의 남편은 지지자들의 막강한 성원에도 불구하고 결국 흑인이기 때문에 대통령 당선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었다. 또한 컬럼비아 대학에 하버드 법대를 나온 그가 너무 엘리트라서 평범한 미국인들이 거리감을 느낀다고도 했었다. 흑인이라서 안 되는 근본적 이유는 흑인을 열등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텐데, 자신의 우수성을 충분히 증명한 그는 엘리트라서 싫다면 참 어쩌라는 얘긴지 답답한 생각이 절실하더니만 그는 그러한 우려들을 떨치고 당선되었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를 비롯한 흑인 인권운동가들의 목숨을 건 인권운동 덕분에 한국인 이민자들처럼 이 땅에 뒤늦게 온 사람들은 열심히 공부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맘 놓고 자녀들을 독려할 수 있게 되었건만 우리들 중에는 오바마가 흑인이기 때문에 어쩐지 싫어서 그를 뽑아줄 수 없었다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오바마는 하와이 대학의 백인 여학생과 케냐 유학생 사이에서 태어났고 두 살 때 아버지가 하버드 대학원으로 혼자 떠나가 버리는 바람에 친아버지를 거의 모르고 자랐다. 어머니가 인도네시아 유학생과 재혼, 인도네시아로 이주해 초등학교를 다니다 5학년부터 호놀루루의 외조부모 집으로 옮겼다. 외조부는 캔사스주 출신의 가구 세일즈맨이었고 외조모는 은행원이었다.
그가 소속된 정당이나 정책을 떠나서 일단 그는 이러한 자신의 성장 경험에서 다양한 인종의 화합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고 죽어라고 일해서 자녀들을 밀어주는 이민가정과 평범한 사람들의 고민이 남의 일로만 여겨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바마나 그의 부인 미셸, 라이스 국무장관 등은 모두 사회적 기여와 봉사에 일찍 눈이 뜨인 사람들이다. 그들의 부모는 참으로 그들을 잘 키워냈구나 싶다.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색인종에 대한 크고 작은 부정적 편견들이 많이 수정되리라 본다. 우리 한국인들이 흑인을 보는 눈도 보다 긍정적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스럽다.
그로 인해 우리는 우리의 자녀들이 미국의 대통령도 될 수 있다는 구체적 자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자녀를 명문대학에 진학시키고, 돈벌이 잘하는 사회인으로 키우는 것에만 머물 수가 없다. 깊은 인간적 성찰과 넓은 시야를 갖춘, 전 세계 어디에서라도 귀중히 쓰여질 훌륭한 리더 감을 키워내야겠다고 자녀교육 목표를 수정할 때가 된 것 같다.
김유경
Whole Wide World In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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