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해외 동포도 투표할 수 있다. 과연 한국을 향한 정치 바람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한국을, 혹은 한국민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해외 동포를 위한 것인가?
한국 국회는 재외 국민 투표권 법안을 통과시켜 영주권자 등 19세 이상 한국국적을 가진 모든 재외 국민에게 대통령 선거 및 국회의원 비례대표 투표권을 부여하였다. 이번 법안이 통과된 계기는 재외 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기인한 것이다. 즉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른 후속 입법조치라 할 수 있다.
재외 국민의 투표권에 대한 환영과 우려를 논하기 전에 헌법 재판소 판결과 이번 법안의 합법성 내지는 위헌 여부를 먼저 검증 하고자 한다. 이번 통과된 재외 국민 투표권법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
먼저 피선거권 없는 선거권은 없다. 재외 국민에게 투표권은 인정하면서 재외 국민들이 한국정치에 출마 할 수 있는 피선거권은 인정하고 있지 않기에 위헌의 소지가 있다. 헌법상 국민의 기본 권리 중 하나인 참정권은 투표권 행사와 함께 피선거권의 행사이다.
투표권과 피선거권은 동전의 앞·뒤와 같아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고 하나를 부정하는 것은 전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또한 피선거권 불인정과 아울러 지방자치 투표권 제외 등 짜깁기 식 법안에 의한 제한적 참정권은 분명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재외 국민의 투표권뿐만 아니라 피선거권도 인정하여야 마땅하다.
둘째, 의무 없는 권리는 없다. 한국 국민의 5대 의무는 국방, 납세, 교육, 근로, 그리고 환경 보존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 국민은 5대 의무가 없다. 즉 외국 영주권을 받게 되면 병역면제가 되어 국방의 의무를 면하게 된다. 또한 해외에서 취업하고 있기에 한국의 납세 의무 뿐만 아니라 근로의 의무도 없다. 한국 체류자가 아닌 관계로 교육이나 환경 보존의 의무가 없다. 이와 같이 재외 국민은 의무가 없기 때문에 참정권의 권리만을 인정해주는 것은 법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 하겠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그렇지 않다고 판결했다. 재외 국민의 참정권을 인정했으니 이제는 재외 국민들에게 다른 모든 권리 또한 인정하여야만 한다. 권리를 선별하고 차별해서 인정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한 헌법적 해석의 부당함과 위헌성 여부를 재분석해 보아야 할 때이다.
셋째, 북한 동포 없는 선거권은 없다. 재외 국민에게 투표권을 줄 때에는 북한 동포에게도 투표권을 주어야 한다. 한국 헌법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했다. 따라서 북한 동포도 엄격한 의미의 한국 국민이며 미수복 지역의 재외 국민과 같은 존재이다. 의무 없는 해외 동포에게 참정권을 주었으니 북한 동포에게도 참정권을 부여함이 헌법상 형평의 원칙에 맞는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와 같이 공평한 헌법 정신과 국가의 백년대계가 정치 바람을 맞으면 법적 해석의 모순과 혼란의 연속을 잉태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재외 국민 투표권에 대한 총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재외 국민 투표권 인정은 화려해 보이나 이를 유지하기 위한 경비와 선거 참여도 등 현실성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한국의 국익을 위해서는 해바라기 식 한국 정치 바람이 아니라, 미주 동포의 미국 정치 바람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시대를 여는 열쇠이다. 결국 재외 동포에게 요청되는 것은 한국 참정권이 아니라 지구촌 참정권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을 세계로, 세계는 한국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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