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온 후로 드라마를 많이 본다. 각 년도별로 히트했던 드라마를 열거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드라마순이다. 인터넷이라는 과학의 힘으로 인하여 한국에 사는 친구들보다도 훨씬 앞선, 한국드라마의 세계에 젖어있고, 몇 안되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드라마를 선전하는 나는 애국자다. 특히 드라마를 보면서 배경음악에 관심이 많다. 모두들 그렇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더욱 집중하게 된다.
며칠전 남자의 이야기라는 드라마를 보게 됐다. 아지트로 나오는 장소가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는 음악카페 같은 곳이다. 한 손님이 들어오더니… 신청곡으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의 3악장을 신청한다. 나는 순간 ‘오~호 이 드라마 작가 꽤 취향이 나와 비슷한데?’하는 마음으로 그 곡을 기다렸다. 그런데…엥? 들리는 건 웬 바로크 음악 아닌가!
앗! 이것이 뭔 조화인고… 작가는 멋있었지만 섬세하지 못한 드라마 스텝 때문인지, 내 마음은 드라마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번지고 있었다.(좀….오버다!)
이곡은 1악장의 금관악기들의 짧은 테마 후에 피아노의 힘차고 화려함으로 숨을 조이게하는 마력을 지닌 곡이다. 이 곡을 작곡한 후 차이코프스키는 루이빈스타인에게 보여주었단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거장의 평은 처참했고. 다시 그는 뵐로에게 보여줬단다. 그런데 뜻밖에 루이빈스타인과는 다른 반응으로 칭찬하며 결국 그의 연주로 세상에 발표됐다. 그 후 루이빈스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여 수정을 하였다고는 한다. 나는 이 곡을 내가 초라해보일 때 듣는다. 그러면 나도 뭔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된다.
지난해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나는 끝까지 안 본 드라마가 몇개 안된다. 안보는 이유는 크게 두개다. 하나는 내가 무지 좋아하는 소지섭씨가 나온 ‘미안하다, 사랑한다’ 같이 끝이 너무나 슬픈 드라마이다. 다른 하나는 옥의 티가 많은 작품이다. 나도 모르게 옥의 티만 찾게 된다. 그런데 베토벤 바이러스가 그랬다. 드라마에 나오는 음악 때문에 자꾸 웃음이 났다. 들리는 음악에는 팀파니 와 심벌즈의 소리가 나는데, 그림에는 없다. 분명 심각한 상황인데, 나는 웃게 된다. 김명민이라는 배우의 연기가 너무 좋았지만 드라마를 접었다.
내일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으며 사그러드는 삶의 용기에 불을 지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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