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 브라이언트가 우승 트로피(왼쪽)와 생애 첫 MVP 트로피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기뻐하고 있다.
“한다면 한다.”
LA 레이커스의 집념이 돋보인 시즌이었다. 지난해 NBA 파이널스에서 보스턴 셀틱스에 참패한 뒤 이를 악물었던 레이커스가 벼르던 대로 14일 구단 역사상 15번째 우승의 꿈을 이뤘다. 필 잭슨 감독에게는 손가락마다 챔피언십 링을 끼어준 통산 10번째, 코비 브라이언트에게는 샤킬 오닐 없이 첫 번째이자 개인 통산 4번째 우승이었다.
5차전에서 99-86으로 압승, 4승1패로 간단히 끝낸 결승시리즈에서 생애 첫 MVP의 영예까지 차지한 레이커스 주포 코비 브라이언트는 “꿈만 같다. 이날이 드디어 온 것을 믿을 수가 없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 셀틱스에 막혀 두 차례 실패한 끝에 7년 만에 다시 맛본 샴페인이라 더욱 시원하고 달콤했다.
특히 코비는 “샤킬 오닐 없이는 우승이 불가능하다”는 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통쾌하다. 그 전에도 3차례 우승한 적이 있지만 코비는 “그 동안 오닐 없이는 우승하지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고문을 받는 것처럼 괴로웠다”며 “마침내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 속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준우승 팀이 바로 그 다음해 다시 결승 시리즈에 올라 챔피언의 꿈을 이룬 것은 레이커스가 1989년 피스톤스 이후 처음이다.
레이커스는 지난해 결승 6차전에서 39점차 참패의 수모를 당한 후 이날만 벼르고 있었다. 올해 플레이오프 초반에 상대의 빠른 가드들이 뻥뻥 뚫리며 고전했던 데릭 피셔는 이에 대해 “지난해 우승에 실패하고 보스턴을 떠날 때 보스턴 팬들이 몰려들어 버스를 흔들고 돌을 던졌다. 그때 비행기를 타고 LA로 돌아오는 시간이 얼마나 침울하고 길었는지 모른다”며 “그게 우리가 이를 악물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우승후보 0순위’로 잘 나가던 도중 센터 앤드루 바이넘이 또 무릎부상으로 쓰러지며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플레이오프에 올라서도 고생했다. 1회전에서는 경기마다 막판에 유타 재즈에 쫓기며 진땀을 뺐다. 2차전에서는 야오밍이 빠진 휴스턴 로케츠에 두 차례나 ‘녹다운’을 당하며 최종 7차전까지 끌려갔다. 있는 대로 스타일을 구긴 레이커스는 어렵게 서부 결승에 오른 후에도 시리즈 초반에는 덴버 너기츠에 밀렸다. 안방에서 1차전을 “억지로” 건진 후 2차전에서 졌을 때는 도저히 우승후보로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도사’ 명성의 잭슨 감독은 “그게 다 성장과정”이라며 여유를 보였고 레이커스는 정말 갈수록 단단해졌다.
레이커스는 결승무대에서도 위기가 여러 번 있었다. 디펜딩 챔피언 셀틱스와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 캐발리어스를 연파하고 올라온 동부의 강호를 상대로 2차전과 4차전은 연장 대접전 끝 ‘기적적’으로 뽑아냈다. 그리고 3차전에서 패했을 때는 “코비의 개스탱크가 바닥났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어 불안했다.
하지만 레이커스는 ‘승부사’ 데릭 피셔의 3점포로 위기를 극복하고 1년 전에 세운 목적을 달성했다. 파우 가솔과 라마 오돔도 한몫 단단히 했고, 특히 결승시리즈에서는 트레버 아리자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제 NBA 역사상 레이커스보다 우승이 더 많은 구단은 17차례 우승한 셀틱스밖에 없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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