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물 목록을 하나씩 확인하며 올 해는 또 어떤 기대를 채워 올 수 있을까 하는 설렘으로 들떠 있었는데, 전체 준비물로 썬 글라스를 가져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초등학교 2 학년부터 안경을 사용하여 나의 큰 소원 중에 하나가 멋 있는 썬 글라스를 써 보는 것이었던 나에게 드디어 썬 글라스를 써 볼 기회가 생기는구나 하며 부풀었다.
주말에만 운전을 하는 나는 토요일 아침, 한국 학교에 갈 때 햇빛을 안고 운전하고 집으로 돌아 올 때도 햇빛을 안고 온다.
햇빛이 강한 날은 오만상을 지으며 운전을 하다 보니 두통이 생기는 일이 비일 비재 했다.
그런데 지난 크리스마스 때 뜻 밖의 선물을 받았다.
조그만 런치 백을 주길래 마침 점심 때가 약간 지난 시간이라 점심이나 간식 인 줄 알고 시장하던 참에 덥석 받았는데 느낌이 아니었다.
「선생님 운전할 때 입으세요」「뭔데」
「되게 원하는 거요」「선생님이 원하는 것이 뭐지? 지금 열어 봐도 돼?」
「맘대로」
선생님이 원하는 것을 이렇게 알아서 선물로 주다니 너무 감격하여 체면도 없이 봉투를 쫙 찢어 보니「검정색 썬 글라스」더불어 눈에 확 뜨인 것은 가격 표, $5.99, 순간 감동과 서운함의 교차지점에서 연출되는 표정 연기.
언젠가 말하기 시간에 갖고 싶은 것에 대해 발표를 할 때 교사인 내가 갖고 싶고, 받고 싶은 선물이 썬 글라스라고 해서 마침 주유소에서 주유 하고 거스름 돈을 받다가 계산대 옆에 주렁 주렁 달려 있는 것을 보고 생각이 나서 샀다고 한다.
한글을 뒤 늦게 철들어 배우는 이 학생은 초 중고등학교 때 한국 학교에 열심히 등교는 해서 개근 상은 몇 번 받았지만, 겨우 한글 자모음 더듬거리며 읽는 정도였다. 대학에 들어가서 이제 한글의 필요성을 깨닫고 열심히 과외 지도까지 받으며 공부하는 이유는 순전히「TaLK」때문이다.
대학 2년을 마치고, TalK로 한국 생활을 꿈 꾸는 이 학생은 내년 5월을 기다리고 있고, 막상 선물로 받은 썬 글라스를 착용 할 기회가 없어서 늘 차 안에 넣고 다니며 때를 기다리던 나는 이번 낙스 학술 대회에 가서 드디어 사용 하게 되었다.
만날 적 마다 썬 글라스 왜 안 입냐고 묻기에 안경을 벗으면 볼 수가 없다는 나에게「안경 위에 덮어 입으면 되요」하던 너의 말대로, 선생님 꼭 썬 글라스 가져가서 안경에 덧쓰고라도 임무 수행 하고 사진 찍어 와서 보여 줄게.
고마워, 까만 썬 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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