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키우는 집이라면 레고 블록이 없는 집은 드물다. 코밑이 거뭇거뭇한 사춘기 아이부터 기어 다니는 아기까지 있는 우리 집이 소장한 레고 블록은 마치 집 앞의 잔디처럼 셀 수 없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원래 그렇게 손 닿고 발길 가는 곳에 있었던 것 같기만 하다. 그런데 어느 날 이렇게 흔하고 단순해 보이는 레고 블록이 신기한 발명품으로 보이기 시작한 순간 옆에 굴러다니던 아이들 책
에 눈길이 갔다.
아이들 책 출판으로 유명한 DK 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을 보면 역사적인 사진들과 함께 간단한 설명이 되어 있는데 덴마크의 빌룬트라는 작은 마을의 한 평범한 목수였던 올레 컬크 크리스챤센이 레고 회사의 설립자로 나온다. 그가 아이들 놀잇감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오늘날 불경기와 자주 비교되는 1932년 대공황이었다. 대공황이 닥쳐 문닫을 위기에 처한 올레 목수는 나무로 만든 집기와 놀잇감으로 사업을 다원화한 것이다. 대공황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집집마다 발에 걸리는 플라스틱 레고 블록은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올레 목수에게 닥친 재앙은 대공황만이 아니다. 같은 해에 아내가 어린 네 아들들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 버렸을 뿐만 아니라 사업 기반이 잡혔다 싶은 1942년에는 공장에 불이 나서 그나마 필생의 작품들 역시 다 사라져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내우외환을 이겨내고 마을을 통틀어 여덟 채의 집 밖에 없는 빌룬트의 목수에서 전 세계 아이들의 친구인 레고 블록의 아버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신앙의 힘이었다고 한다. 그는 “인생이란 선물로 받은 것이면서 동시에 과업”이란 신념을 가지고 낙담하고 좌절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남다른 성실성과 의무감을 가지고 삶에 임했던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힘겨운 요즈음 하던 일이 잘 안되어 이 궁리 저 궁리하는 사람들이 많다. 먹고 살기 위해 고민하고 수고하는 우리들에게 오늘날 아이들과 함께 뒹구는 무언의 레고 블록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도 지금처럼 어려운 시절을 거쳐 태어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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