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서 산이란 그저 바라보며 감상하는 그런 존재였지, 오른다거나 정복하는 대상이 결코 아니었다. 그런데 몇년간 한국에 파견근무 나갔다가 돌아온 남편이 느닷없이 산사람이 되어 나타난거다. 오자마자 베이지역 산악회를 찾아 가입하고는 주말마다 하이킹, 캠핑 게다가 암벽등반을 다니기 시작했다. 남편은 원치않으면 안해도 좋다고 했지만 부부가 취미활동을 함께하는것도 재밌겠다 싶어 따라나서게 된게 작년 봄쯤이었던 것 같다.
익숙치 않은 산행을 하면서 일행에 뒤쳐지지 말아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옆도 돌아볼 겨를없이 정신없이 앞사람 뒤꿈치만 쫓아다녔다. 그리고 이 고생스럽고 힘들기만 한 산행을 계속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한 사건은 요세미티 캠핑중 해프돔 산행이었는데, 돌산에다 경사가 급해서 끝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중도포기하고 말았다.
씩씩하게 잘 올라가는 일행들과는 달리, 나만 헉헉대며 괴로와 하니 아무래도 나한테는 맞지않는것 같았다.
함께 갔던 친구는 “넌 착한 부모, 착한 남편 만나서 평생 고생 안하고 사는 티가 난다. 살면서 자기와의 싸움을 해본 적이 없지?” 라고 했다. 어리둥절해 하는 내게, 친구는 자신의 살아온 얘기를 잠깐 해 주었다. 어려서부터 밖으로 나도는 부모대신 동생들의 엄마노릇하며 자란거며, 결혼 후에도 공주노릇하는 시어머니대신 시댁의 대소사를 도맡아 하느라 40대에 오십견이 온 것. 망가진 몸과 마음을 고치려고 산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젠 몸은 물론 정신력도 강해졌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난 정말 나자신과 치열하게 싸워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조금 힘들면 내게 맞지않는다고 금세 포기해버리고, 부모님이나 남편 모두 그저 받아주었던것 같다. 함께 산에 오르다가 마치 나만 혼자 힘든 것처럼 엄살을 부리며 중도 포기하는 것 역시 그런 식으로 살아온 내 삶의 모습이었던 거다. 왜 몰랐던가… 남들도 모두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 속에서 쓴물이 올라오는걸 견디며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 산에 오르고 있었다는 것을…
그날 이후로 나의 산 오르는 자세가 조금씩 달라져갔다. 한차례씩 힘든 고비가 올때마다 나는 자신에게 싸움을 건다. 내가 너한테 질것 같아? 숨이 턱에 차서 가슴이 터질것 같아도 무거운 다리를 끌고, 내 나약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며,내 속에 숨겨진 강한 나를 찾아 정상을 향해 한걸음씩 올라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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