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스위피, 모닝글로리, 폭스그로브, 웨스턴 아자리아, 마리포사릴리, 마운틴바이올렛, 부쉬파피, 훼어리랜턴, 스타플라워, 고든필드, 스노우플랜트, 멍키플랜트… 이 수많은 조금은 생소한 이름들은 산속에 피어있는 들꽃의 이름들이다.
누가 이름없는 들꽃이라고 말했던가… 인적 드문 산속에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색색가지로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이름있는 들꽃들은 내가 그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이미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들이다.
산악회원들과 산행을 다닌지도 어느새 1년을 넘어가고 있다. 그 동안 북가주에 있는 수없이 많은 내셔널 파크와 마린 카운티에 있는 마운트 타말파이, 마운트 디아블로, 요세미티에 산행을 다녔다. 숨이 턱에 닿고 다리가 뻣뻣해지도록 가파른 산길을 오르며,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하다보니, 언제부턴가 일행에 그다지 뒤지지않는 수준이 되어가고 있었다. 신입회원들 눈에 내가 썩 잘 걷는다는 평을 듣기도 했으니, 오랫동안 내 속에 잠자고 있었던 힘을 조금은 회복해가고 있는 것이라 여겨져 기쁘다.
산에 오르면서 나약한 품성개조 이외에 얻은 소중한 점이 있다면, 그건 산의 모든 것을 서서히 즐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트레일의 첫 발을 내딛을때 느껴지는 흙의 푹신함, 부드러움이 아스팔트를 걷는 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산 속의 싸아하고 달큰한 나무냄새, 고유의 색과 모양을 간직한 채 펼쳐져 있는 들꽃, 얼굴을 스치는 감미로운 바람, 나무사이로 스며드는 따스한 햇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게 솟은 빽빽한 레드우드의 숲 속 한가운데 있으면 연인의 품 속같은 안락함이 든다.
지난 여름 남편과 함께 한 데스밸리 하이킹이 기억에 남는다. 아주 오래 전에는 바다 속이었던 것을 증명하듯이 아직도 남아있는 눈 같이 하얀 소금벌판이며, 물 속에서 이쁘게 마모된 반짝이는 바위가 인상적이었다. 103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속에서, 살아있는 것이라고는 가시투성이 선인장 뿐인 트레일을 오르며, 누천년에 걸쳐 그곳을 스쳐갔을 수많은 생명체에 대한 야릇한 흥분감이 들었다. 흘러간 시간과 남겨진 기억들이 살아 숨쉬는 곳, 산과 자연의 생명력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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