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자기 목숨을 자기 것이라고 함부로 내팽개치는 것은 모든 부모들의 악몽이다. 최근 우리 동네의 청소년이 올해 들어 세 번째로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졌다. 방학 할 무렵 경찰이 불침번을 설 정도로 연이어 사고가 나더니 방학동안 뜸하여져서 경찰이 철수하고 서서히 잊혀져 갈 무렵 다시 터진 일이다. 문제의 건널목은 우리 집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이라 지나갈 때마다 늘 가슴이 서늘해지곤 한다. 연이은 모방 범죄를 두고 늘 그렇듯이 이러저러한 원인 분석을 하면서 경쟁적인 학풍 때문이니 부모의 압력 때문이니 심지어 기차 노선이 학교 주변에 있어서 라는 이유까지 들먹거려진다.
이럴 때 이미 두 자리 수 나이가 된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다잡아주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사실을 마냥 숨길 수도 없고 또 일장훈시가 통할 리도 없다. 자살이 얼마나 큰 죄인가를 설교하고픈 욕구를 억누르고 잠자리에 든 아이와 새 생명이 태어나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돌봄을 받는지 세어보았다. 배밀이하는 동생을 기준으로 아이가 꼽은 사람들은 아빠, 엄마, 형, 누나 등 가족이었다. 그 다음으로 멀리 계시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한 일가 친척들이 먼저 꼽힌다.
그 아이가 자라나면서 또래 친구들의 가족들과 학교 선생님들의 숫자 역시 만만치 않다. 그 뿐인가. 아이 하나를 위해 초등학교에서는 담임 선생님 외에 특별활동 담당 선생님들까지 배치할 뿐만 아니라 각 반마다 학부형 봉사자들이 팔을 걷고 달려들어 아이들을 돌보아 준다. 학교 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봉사자들이 없다면 아이가 일 주일에 세 번씩이나 축구를 할 수도 없다. 집, 학교, 교회, 방과 후 활동, 그렇게 꼽아 보면서 아이는 자신이 혼자 큰 것이 아니라 부모를 비롯 다른 사람들의 수고를 먹고 자라난 것임을 알게 된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속담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아이가 바로 그 소우주의 중심이었던 것이다. 내가 한마디로 덧붙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너를 도와주었네, 너는 참 중요한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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