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담그어 놓은 오이지를 꺼냈다. 아작아작한게 그런대로 먹을만 해서 별 먹을 거 없는 여름 식탁에 올려 놓았더니 남편이 제법 훌륭하다고 칭찬이다. 사실은 다른분이 오랫동안 해마다 만들다가 생긴 비법을 따로 주셔서 흉내만 낸 건데도 그럴 듯 해서 나도 내심 기분이 좋다. 처음 오톨오톨 새파란 여름 오이를 사서 병에다 넣고 소금물을 아주 팔팔 끓여 힘차게 붓기만 한건데도 어느덧 시간이 만들어 낸 누르스름한 빛과 성숙한 맛을 가진 전혀 다른 깊은 것으로 변해진 것이다. 글을 쓰고 있다니깐 가까운 분이 전화를 주셨다. 글을 쓰고 나서 바로 놓지 않고 오래 두고 몇번을 보고 또 보고 익혀 그러고서 바깥으로 나오게 해야 하는 거라고 행여 서툰 날푸른 솜씨로 턱없는 자만을 할까 아껴주시는 마음으로 넓은 사랑을 주셨다. 여름 오이의 떫고 푸르르고 싱싱하기만 한 것을 뜨거운 끓는 물과 그것도 모자라 짜디짠 소금으로 부었다가 행여 다시 오기 부릴까 봐 무거운 돌멩이로 눌러 오랜 시간을 두고 익혀 정말 진정한 참인간으로서 글을 쓰라는 이야기이신 것이다.
조금 뭔가를 배웠을 때의 짜릿하고 뿌듯한 그섣부름을 가지고서 다 아는 것 처럼 기고만장하여 오랜 세월의 묵힘을 냄새나고 진부하다고 낮은 콧등에 걸고서 한마디 거드는 얇은 그간지러운 부끄럼움을 숨기고 싶다. 학교에서 첫누드를 시작했을 때 교수님이 부끄러워 완전히 벗은 모델을 보지도 않고서 그린 그림을 야단 치시면서 그러셨다. 있는 그대로 보고서 마음으로 그려야지 예술을 하겠다고 하면서 입시를 위해 익힌 얕은 기술만 계속하면 않되며 정성의 마음으로 시간으로 익히지 않은 건 예술이 아니라 기술이라고.
매일 매일 산다는 것은 찬란한 축복이며 화려한 감사이다. 묵은 오이지처럼 내게 있는 서툰 푸르름이 세월의 끓는 물과 세상 힘든 날의 소금과 함께 부어져서 얕은 자만을 진심이라는 돌멩이로 꾹꾹 눌러 맛갈나는 아작아작하고 깊은 맛을 내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지금의 주어진 삶을 마음껏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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