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잔뜩 낀 마운틴 타말파이를 보슬비 맞으며 걸어 본 일이 있는가. 인적 드문 산속에 졸졸 흐르는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하늘을 올려다 본 적이 있는가. 산길주변에 피어 있는 이쁜 꽃들과 은밀한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있는가. 하늘높이 솟아오른 레드우드의 거칠은 표면에 가만히 손을 대고 있으면 알 수 없는 일체감이 든다. 이러한 자연과의 교감은 나 역시 자연의 일부로 생성멸을 반복하는 궤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한다.
피고 지고 또 다시 피고지는 것을 반복하는 자연의 섭리처럼 우리 인간도 봄에는 자라나는 파릇한 새싹처럼 태어나서 울창한 잎과 풍성한 열매를 거두는 청년기와 중년기를 거쳐 낙옆으로 떨어져 거름으로 새 생명을 준비하는 노년기까지. 자연은 마치 거울처럼 우리의 인생의 길을 보여주는 스승이다. 다만 우리의 어리석음으로 어두워진 눈이 그것을 보지 못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시기하고 욕심내고 빼앗고 싸우는 것이다.
산악회 친구들과 산을 오를 때면 대부분 자기만의 생각에 잠겨서 말없이 걷지만, 가끔 나누게 되는 대화 속에서 산을 찾는 다양한 이유를 듣게 된다. 자식교육과 경제적인 안정을 위해 옆도 돌아보지 않고 사느라 잃어버린 자신을 찾기 위해 오는 사람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얽혀 복잡하고 피곤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오는 사람들, 중년의 약해진 건강을 회복하고 지키기 위해 오는 사람들, 그저 산이 거기 있기에 좋아서 오는 사람들…
각기 이유야 어쨌든 함께 산속의 정기를 나누며 산행을 하다보면 점차로 자연과 내가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임을 서서히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자연을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것은 내 몸을 아끼는 것처럼 너무 당연한 일임에도, 오랜 기간동안 고마움을 느끼기는 커녕 일방적으로 훼손하고 낭비해 온 것에 대한 반성도 든다. 아낌없이 자신의 모든것을 나눠주는 태양과 공기, 나무, 그리고 물처럼 그렇게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다가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는 겸손함과 아름다움을 산에 오르면서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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