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름 휴가로 다녀온 선교캠프에서 미시간 의대 다니엘 박 교수가 강의를 시작하면서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가 무엇인가 하고.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대부분은 당연히 영어! 라고 했지만 정답은 아니었다. 그러면 인구가 많으니까 중국어, 불어, 독일어, 나중에는 한국어까지 나왔다. 정답은 broken English. 거대한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 안에서는 말할 것 없고 전세계적으로 표준 영어보다 소위 엉터리 영어가 더 잘 통한다니 역설적이기도 하다. 강사는 표준 영어를 구사하는 자신보다 자신의 부모님의 영어가 바깥에 나가서는 의사소통이 잘 되더라고 한다.
이민 생활 하면서 그놈의 영어, 라고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언어 때문에 유리 천장에 부딪혔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다니엘 박 교수에 의하면 그런 짧은 영어를 쓰는 1세들이 미국 안에서 이룬 업적이야말로 표준 영어를 구사하는 2세들에 못지 않다. 투 잡, 쓰리 잡 뛰면서 밤낮으로 일해서 사업적인 성공을 거둔 1세들도 많고 먹고 살기 만도 벅찬데 가는 곳마다 교회를 세웠다. 언어 장벽이 오히려 1세들을 채찍질해서 독특한 업적을 낳게 한 것이다. 이에 비해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2세들은 세운 교회 하나 없다. 또한 1세들이 피땀 흘려 이룩한 이민 사회에 귀환해서 살고 있는 2세들도 많다.
이렇게 보면 언어 장벽을 조금씩 허물기 위해 영어 공부에 힘을 쏟는 것도 좋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해서 기죽을 것도 없다. 애초부터 이민자의 나라로 시작한 미국 사회는 지금도 이민자들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나라이다.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는 이민 1세들이 미국을 꾸려나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표준 영어가 아니라 broken English 때문에 나라를 막론하고 이민자들끼리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부족한 사람들끼리 통한다고 서로의 accent 를 받아줄 사람은 같은 이민자들 뿐이다. 그들이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일들은 너무나 많다. 그래서 오늘도 그놈의 영어 때문에, 라고 푸념하는 사람은 바로 그것 때문에 내일의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한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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