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 정도였는데 그 식당엔 제법 손님들이 있었다. 타운 내에 있는 한식당이었는데 홀의 중간에 미국 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셀프 서비스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었다. 구조는 미국식당을 참조해서 만든 것 같은데, 차이라면 그곳에 샐러드 대신 김치를 비롯해 오이무침 이라던가 시금치 무침 등등 우리들 밥상에 자주 오르는 반찬들이 가득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쪽에는 상추가 그득히 쌓여 있었다.
“이거 괜찮네요. 이렇게 하면 반찬 버리는 일이 많이 줄겠어요” 하고 내 동행인은 말했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환상이 깨져버린 건 바로 옆에서 식사를 하던 테이블 손님들이 계산하고 나가면서부터였다. 열살 전후의 꼬마 둘과 그들의 부모나 이모 정도로 보이는 여성 둘이었는데 그들이 떠나버린 테이블에는 고기 집 같은데 들어가면 가져다주는 양만큼의 상추가 쌓여 있었고 열 개가 넘는 반찬 그릇들에는 최소한 반 이상씩 반찬들이 남아 있었다.
이것을 보며 문득 생각했던 것은 상추는 요리한 게 아니니까 다시 가지고 가서 씻어서 내놓으면 안 될까 하는 것이었는데 그 바람은 검은 봉투를 씌운 쓰레기통을 둘둘 밀고 온 히스패닉 종업원에 의해 깨졌다. 그는 그 상추들을 한꺼번에 쓰레기통에 쳐 넣은 것이다. ‘위생’을 앞세운 업주의 방침 같다.
식사를 거의 마칠 무렵 웨이터를 불렀다. 웨이터는 “지금 보신 건 아무 것도 아니에요. 김치로 담그면 큰 병으로 하나는 나올 양을 그대로 버리고 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제가 여기 몇 달 일했는데 반찬그릇 깨끗이 비우고 나간 테이블 딱 한번 봤어요.” 내 동행인이 물었다. “왜 먹지도 않을 걸 저렇게 가져다 놓은 거죠?” 웨이터의 대답은 간단했다. “공짜니까요.”
미국 식당에서 미국인들이, 혹은 외국인들이 샐러드를 버리고 나가는 걸 별로 본적이 없다. 그 날은 하루 종일 검은 봉지 속으로 사라져가던 상추들 모습이 생각났다.
고성진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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