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동료 목사님이 가지고 있던 책이 있어서 제목을 보았더니 시선을 확 잡았다. 제목은 케리 슉 목사 부부가 쓴 “내 생애 마지막 한 달(One month to live)”이었다. 너무나 책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그 책을 가지고 있던 목사님께 물었다. “목사님은 한 달 동안에 무엇을 하시렵니까?” 그 목사님은 나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그 질문을 나에게 되물었다. 너무나 짧은 한 달 동안에 무엇을 할 것인가 정리를 할 수 없었다.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많이 울고, 많이 웃고 싶습니다.”
인생의 시간이 한 달 남았던 100년이 남았던 인생은 똑 같은 것이다. 인생은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가가 아니라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성경은 구원과 생명의 책이다. 기쁨의 책이요, 사랑의 책이요, 평안의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밑바닥에는 언제나 고통과 고난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 하나이다. 사람의 죄 때문에 그런 것이다.
배고픈 뒤에 먹는 한 숟가락의 밥이 그렇게 진수성찬으로 여겨지듯이 한없이 흘린 눈물 뒤에는 말할 수 없는 기쁨이 다가오는 것이다. 이것을 성경에서 야곱이 체험을 하였다. 그 야곱은 이름 그대로 “남의 발뒤꿈치를 잡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형의 장자 권을 빼앗고, 삼촌의 집에서 일을 하면서 삼촌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갖게 되었다. 물론 그가 하나님을 믿은 신앙의 사람이었지만 덜 영근 감처럼 떫은 인생이었다. 그러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형 에서가 자기를 만나러 온다는 마음에 놀라 두려워서 얍복강가에서 하나님에게 엎드렸다. 단지 형 에서가 자기를 죽이려고 온다는 공포감에 그런 것보다는 지금까지 자기가 살아왔던 자기의 인생을 돌아보니 너무 인간적이었다는 것에 참담함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깊은 밤, 어두운 밤, 캄캄한 밤, 차가운 밤, 고독한 밤, 슬픈 밤을 홀로 얍복강에서 보내야 했다. 그 날 밤은 하루의 밤이었지만 야곱에게는 인생의 긴 시간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야곱은 그 날 밤 울었다. 실컷 울었다. 눈물, 콧물, 진물, 땀을 흘리며 간구했다. 슬퍼서 울고, 미안해서 울고, 죄인 되어서 울고, 괴로워서 울고 그렇게 야곱의 밤은 지냈다. 그 밤에 야곱은 하나님을 보았고, 하나님으로부터 축복을 받았다. 그 날 아침 햇빛은 밝아왔고 그래서 야곱은 그 곳을 ‘브니엘’이라고 했다. 그 날 아침 야곱은 하나님을 만났던 것이다.
그 이후로 야곱의 인생은 행복했다. 야곱은 조용하게 숙곳이라는 곳에서 조용히 그리고 아주 조용하게 행복한 삶을 살았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을 다른 사람위에 놓지 않았다. 그의 인생은 하나님께 맡겨진 인생이었다. 그가 훗날 애급의 바로 앞에 섰을 때 “험악한 세월을 보냈나이다”라고 고백한 것처럼 힘들고 어려운 삶의 연속이었으나 그는 그래도 웃고 살 수 있었다. 왜냐하면 장래의 소망이 그에게 넘쳐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글을 쓰며 구약의 선지자 예레미야를 생각해 본다. 그는 정말 눈물만 흘린 선지자였을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그의 눈물 그 다음에는 분명한 웃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예루살렘이 멸망당해야만 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보면서 눈물로 기도했던 그 사랑의 선지자 예레미야, 그러나 그는 하나님의 소망을 보았던 것이다. “이 성읍이 세계 열방 앞에서 내게 기쁜 이름이 될 것이며 찬송과 영광이 될 것이며(예레미야33:9).”
한 번 울어보자. 못나서 울고, 모자라서 울고,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울고, 그리고 힘들어서 울고, 안되어서 울고, 자기 죄가 너무 커 울고, 탄식해서 울어 보자. 자기가 누구인지 한번 뒹굴어 보자. 그리고 훌훌 털어버리고 웃어보자. 이제는 웃어넘기자. 이제는 껄껄대고 웃자. 결코 망하지 않고, 결코 부족하지 않을 남은 인생을 웃음으로 살자. 하하하하! 그 누가 울다가 웃으면 무슨 일이 생긴다고 놀려도 말이다. 울고 웃는 사람이 정말 사람답게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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