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지역에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일례로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인종별 분포를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데, 백인이 45%, 아시안과 히스패닉계가 각 19%, 흑인이 10%이며 기타 7% 정도다.
통계에 따르면 카운티 인구 세 명 중 한 명은 집에서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출신국가와 모국어를 살펴볼 때는 가히 유엔을 보는 듯하다. 이런 곳에 살기에 다른 문화와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필자는 광역교육위원으로 일하며 여러 가지 다양한 커뮤니티 행사에 참석할 기회가 많다.
9월 초 폴스처치에 위치한 달알히라 이슬람사원에서 있었던 라마단 축하행사에 갔었다. 이 사원은 매년 라마단 절기 중에 정치인들과 커뮤니티 지도자들을 초청해 라마단과 이슬람 문화도 소개하고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커뮤니티 현안과 의견을 전한다. 라마단은 이슬람교도들에게는 가장 성스러운 절기다. 무슬림들은 이 절기 한 달 동안 해 뜰 때부터 해질 때까지 한 모금의 물도 마시지 않은 채 금식을 한다. 필자는 몇 해째 계속 달알히라 사원의 초청행사에 참여해 오고 있다.
해가 막 떨어지는 시간에 맞추어 금식을 멈추고 같이 식사를 나누는데 메뉴는 올해도 아주 간단했다. 샐러드와, 밥 그리고 닭다리와 콩이 전부다. 가능한대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섞여서 앉아 식사를 하며 인사를 나눈다. 이 사원은 라마단 기간 내내 저녁시간에 누구든지 와서 기도를 하고 저녁을 같이 하도록 문을 열어 놓는다고 했다.
라마단이 끝나면 보통 바로 다음날 큰 파티를 연다. 마침 올해는 9.11 사태 기념일과 겹치는 바람에 오해를 피하기 위해 파티 여는 것을 자제하라고 했다. 이것은 미국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이 9.11 사태가 가져다 준 인종적, 종교적 편견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9월 둘째 일요일에는 콜롬비아 파이크에 위치한 마운트플레전트 침례교회의 창립 143주년 기념예배에 참석했다. 이 교회는 1867년 서부 버지니아에서 이곳으로 이주해 온 흑인 해방노예들이 그들을 아끼던 백인으로부터 기증받은 1에이커의 땅에 세운 역사적인 교회다. 필자는 매년 이 교회의 창립기념예배에 참석해 오고 있는데, 이 교회에 가서 예배드릴 때면 단단히 준비를 한다. 왜냐하면 예배시간이 보통 세 시간 정도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다니는 교회의 예배시간이 1시간 남짓인 것에 비하면 자그마치 세 배나 되는 시간이다.
올해의 예배도 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초청설교자가 소개되기 전에 이미 1시간 반 동안 찬양과 여러 가지 순서를 거쳤고, 설교가 끝났을 때는 이미 2시간 45분이 지났다. 그 후 예배는 30분이 더 이어졌고 3시간 15분 만에 끝났다. 매 주일 이렇게 길게 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두 시간 이상은 기본이라고 한다.
흑인들만의 독특한 예배 문화와 때로는 흥겹고 즐겁다가 갑자기 숙연해지는 분위기에 동화되지 않으면, 예배를 드리러 갔다가 오히려 고문을 당하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워싱턴 디씨 마틴 루터킹 목사 기념도서관에서 열렸던 공자탄신 2,560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했다. 필자는 몇 년간 계속 초청을 받아 참석해 분헌관으로 제사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는다. 처음에는 상당히 긴장 되었으나 몇 년 해보니 이제는 향과 꽃 그리고 술을 제단에 올리는 선향, 선화, 선주 등을 비롯한 예순 참여에 예전만큼의 두려움은 없다. 단, 식후의 인사 시간에 가능하면 중국어로 몇 마디 하려고 시도하는데 약 1-2분 정도의 인사말을 준비하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그럴 때마다 30년 전에 배웠던 중국어를 게으름 피우지 말고 꾸준히 공부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한 것이 자못 후회가 된다.
이 행사에 참여하는 중국계 주민들이란 대개 대만에 우호적인 사람들이다. 대륙에서는 공자의 가르침이 계급사회 지속을 위해 지배계층의 정치철학으로 오래 동안 이용되어 왔다고 여겨져, 공자의 가르침에 대해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제법 많이 참여하는데 주말 중국어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라고 한다. 여름 내내 전통 음악에 맞추어 제례를 배운다.
다문화 사회에 사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에게 우리의 문화가 중요하듯이 다른 문화도 동일하게 소중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서로를 좀 더 잘 이해하고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다른 문화를 적극적으로 접하고 배워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글로벌 세계를 살고 있는 우리와 우리 자녀들에게 문화의 다양성이 가져다주는 장점과 힘을 제대로 개발 발전시켜야 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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