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학을 나오고도 자신의 전공에 맞는 취업이 쉽지 않은 것이 금융위기 이후 미국 대학가의 현실이다.
2008년의 금융위기로 비롯된 장기간의 불경기로 인해 취업시장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특히 젊은이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학 졸업생 중 60% 정도가 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막 취업시장에 진입하는 대학 졸업생 가운데 상당수가 취업을 하지 못하면서 그들의 장기적인 커리어 플랜에도 막대한 지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24세 이하 대졸자 9.4%가 지난해 실업상태
해고로 구직 나선 경험자들과도 경쟁 벌여야
전공분야 취업은 옛말… 잡마켓 회복도 먼길
▲불경기로 고실업, 대졸생 취업에 먹구름
이번 불경기로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 졸업생들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08년 12월 코넬대학을 졸업한 메건 호할로란은 재학중에도 화려한 경력을 쌓은 소위 스펙이 수려한 졸업생이다. 건축을 전공한 그녀는 뉴욕과 밀라노, 런던 등의 유명회사에서 6년동안 서머 인턴십을 마쳤다. 평상시 같으면 취업은 그녀에게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녀는 졸업하자마자 불어닥친 불경기로 취업이 힘들어지자 일년간 건설경기가 좋은 중국에 건너가서 현장 경험을 쌓았다.
코넬대학을 졸업하고 1년간의 취업경험까지 쌓은 그녀가 귀국해서 취업현장을 노크했을 때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녀의 화려한 경력을 떠나서 건설경기의 부진으로 일자리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풀타임 일자리가 힘들어지자 임시직으로 방향을 돌려 입사 지원서를 냈다.
그러나 항상 돌아온 대답은 “우리는 당신을 고용하고 싶지만 현재 일자리가 없다”였다.
그녀는 예상하지 못했던 현실의 높은 장벽에 부딪혀 마침내 건축가로서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본의 아니게 의류, 카펫, 가구 등을 고객의 필요에 맞게 제작하는 비즈니스를 창업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녀의 능력과 경력이 못 미치는 것이 아니라 졸업 시기가 불경기인지라 자신의 전공과 맞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정상적인 취업은 소수에 불과
메건처럼 명문대 졸업생조차 취업을 못하는 경우는 이제 보편화되어 가고 있다. 지난해 24세 이하 대졸생들의 취업률은 9.4%까지 치솟았으며 이는 지난 1985년 연방노동부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고의 실업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졸생의 실업률이 최고치를 기록한 이유는 이들 대졸 취업자의 현장 경험이 일천한데다가 해고 등으로 취업시장에 쏟아져나온 경험이 풍부한 구직자들과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기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험이 부족한 대졸자들이 취업하는 엔트리 레벨의 일자리들은 회사들이 운영난에 처했 때 가장 감원하기 용이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에 대학을 졸업한 대졸 취업자 가운데 18%가 전공과는 무관하거나 혹은 학사학위가 필요하지 않은 일자리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자들의 실업사태에 따른 수입의 부족은 성인으로서 이들의 독립을 지연시키고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졸자 가운데 3분의1은 아직 부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으며 17%는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예속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네 명 가운데 한 명은 채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분야 취업 힘들어져
지난 2009년 아이비리그 대학 가운데 하나인 프린스턴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올해 23세의 브리트니 윈터스는 교직 취업을 포기했다.
브리트니는 “내가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했다는 그 사실이 바로 뭔가 특별한 것이며 취업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여겼다”고 밝혔다.
그녀는 교직에 취업이 힘들자 한때 비디오샵의 클럭으로도 일했고 현재는 시카고의 한 홍보회사에 간신히 취직했지만 지금 기거하고 있는 부모의 집에서 직장이 너무 멀어 매주 자동차 주유비도 힘겨워하는 실정이다.
▲머나먼 회복
취업사정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올해 졸업생들의 취업은 금융위기 때보다는 다소 수월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게 빠른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컬럼비아 대학의 경제팀은 대졸자들의 미취업으로 인한 수입의 부진 여파가 10년 정도까지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여파는 2009년, 2010년 졸업생들에게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프린스턴 대학 졸업생 윈터스는 올해는 취업사정이 다소 개선되면서 입사 지원서를 낼 곳은 점차 많아지고 있지만 지난 2년 동안의 경력을 설명하기 힘들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조만간 자신의 전공에 따른 취업이 이뤄질 만큼 경제사정이 호전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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